"조용히 해" 한마디가 부른 비극…배려로 시작한 동거의 결말

[사건의 재구성] 소음 문제로 다투다 지인 살해한 60대
살인 등 혐의…1심 이어 항소심도 징역 15년

(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조용히 좀 해. 또 민원 들어온다."

2025년 12월 4일 밤 12시를 넘긴 시각, 전북 군산시 산북동의 한 원룸. 집주인 A 씨(64)는 술에 취해 큰 소리를 내던 지인 B 씨(60대)에게 이렇게 말했다. B 씨가 술에 취할 때면 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다툼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약 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일정한 거처가 없던 B 씨는 약 4개월 전부터 A 씨의 집에 머물며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거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B 씨의 술버릇 때문이었다.

B 씨는 술을 마실 때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고함을 질렀다. 그럴 때마다 이웃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기 일쑤였다.

사건 당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A 씨는 이웃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B 씨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 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곧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화를 참지 못한 A 씨는 방 안에 있던 길이 약 1m의 옷걸이 봉을 들어 B 씨를 때리려 했다. 이에 B 씨는 옷걸이 봉을 빼앗아 A 씨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때린 뒤 욕설을 퍼부었다.

순간 격분한 A 씨는 주방 식탁으로 걸어가 그곳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B 씨의 왼쪽 복부를 향해 흉기를 한 차례 휘둘렀다.

B 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범행 직후 A 씨는 경찰에 전화해 "B 씨가 자해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범행 경위를 추궁하자 자신이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경위를 살펴보면 참작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수법 역시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1심에서 A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살펴봐도 양형의 조건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