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메신저 뒤 숨었던 '그놈'…언니 행세한 살인범의 최후

[사건의 재구성] 살인·시체유기 등 혐의 40대 남성, 징역 30년'
재판부 "마지막까지 고인 오욕, 장기간 격리 필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김치냉장고에 1년 동안 시신을 숨긴 피고인이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9.30 ⓒ 뉴스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왜 자꾸 연락해. 나 없이 살아."

지난 2024년 11월, 연락이 끊긴 친 언니 B 씨(40대)를 걱정하던 동생 C 씨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발신자는 분명 친 언니였지만, 평소답지 않은 차가운 말투였기 때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C 씨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B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이제 의지할 사람 생겼으니까 편하게 살 거야"라는 짧은 문자만 돌아왔다.

이후로도 B 씨와 연락은 이어졌지만, 가족과 인연을 끊겠다는 듯한 메시지만 반복됐다. 그때마다 C 씨는 불안함과 서운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약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C 씨를 포함한 가족들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가족들에게 계속 연락을 보내왔던 사람은 B 씨가 아니었다. 함께 살고 있던 남자 친구 A 씨(41)였다. B 씨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연은 이랬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6년 말 B 씨를 알게 된 뒤 2020년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2024년 6월부터 군산시의 한 빌라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함께 투자한 주식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경제적 문제는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고,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

사건 당일인 2024년 10월 20일 오후 9시께, 이날도 두 사람은 주식 투자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B 씨는 A 씨에게 "내 말대로 하지 않아 손해를 본 것 아니냐, 주식도 제대로 못 하냐", "이런 식이면 다른 여자 친구에게 우리 관계를 모두 알리겠다"고 쏘아붙였다. 실제 A 씨는 B 씨 이외에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B 씨의 말에 화가 난 A 씨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 있던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다.

범행 직후 A 씨는 시신을 은폐했다. A 씨는 B 씨 시신을 이불로 감싼 뒤 대형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날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매해 시신이 담긴 가방을 그 안에 넣고, 영하 32도로 설정해 급속 냉동시켰다.

또 숨진 B 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가족들에게 지속해서 메시지를 보내 마치 B 씨가 스스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가는 것처럼 꾸몄다. 걸려 오는 전화 역시 받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은 사건 발생 약 11개월 만인 지난해 9월 B 씨의 동생 C 씨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서 범행의 전말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A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빌라 월세를 꾸준히 납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는 숨진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보험을 해지한 뒤 받은 돈 8800만 원 상당을 가로채 생활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1개월간 차디찬 김치냉장고에 시체를 보관하며 마지막까지 고인을 오욕,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을 선고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 역시 같은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유족에게 1500만 원을 형사 공탁했으나, 이에 유족은 수령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형사 공탁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 범행의 방법과 내용, 피해 정도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