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공무원도 쉬지만 특수고용직은 '서글픈 공휴일'

에어컨 설치기사·화물차 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절에도 '출근'
업체 지휘 받아 일해도 계약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법 보호 못 받아

민주노총 전북본부 특수고용대책회의 회원들이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ILO 100주년 핵심협약 비준! 노조법2조개정, 특수고용노동자 4·13 총궐기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9.4.2(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전주=뉴스1) 문채연 기자 = "노동절에도 일하라고 하면 해야죠. 저희가 무슨 힘이 있나요."

에어컨 설치 기사 A 씨는 특정 업체의 명찰을 달고 일하지만,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다. 고객 예약창에도 회사 소속으로 표시되고, 업체가 정한 출·퇴근 시간과 규정을 엄격히 지키고 있지만 노동절 휴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회사의 지휘를 받으면서도 계약서상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모순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 화물차를 모는 B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부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시행사에 '쉬겠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당장 다음 날 일감이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업체가 직접 고용을 기피하는 탓에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

B 씨는 "업계에 정규직이라는 개념은 없다. 언제든 쓰고 해고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자리뿐"이라며 "업체 밑에서 시키는 대로 일해도 법은 노동자가 아니라는데, 어떻게 노동절에 쉬겠다는 말을 꺼내겠느냐"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자들이 제127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 참가하고 있다.2017.5.1(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올해부터 '근로자의 날' 명칭이 '노동절'로 바뀌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그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했던 공무원과 교사들도 휴일을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이는 모든 노동자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상당수는 여전히 휴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 등 실질적인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계약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이들을 말한다. 회사의 지휘를 받아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최저임금, 초과근로수당 등 기본적인 노동권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업무 중 사고가 나거나 계약이 일방적으로 종료돼도 구제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절은 권리를 외치기엔 생존이 시급한 서글픈 공휴일일 뿐이다.

이에 노동계는 특수고용직 역시 제도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태 민주노총 전북본부 건설지부장은 "일부 업계에서는 고용 단계부터 특수고용직 형태가 아니면 일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가 받아주지 않으면 당장 내일 굶어야 하니,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특수고용직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노동 현장에서 말만 사장님이지 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며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것은 상징적인 변화지만, 진정한 노동절을 이루려면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tell4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