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가스 토치로 화재경보기 '삐이익'…허위신고 40% 증가

거짓 신고 500만원 이하 과태료 '솜방망이'…전북지역 5년 간 총 664건

ⓒ 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전주=뉴스1) 문채연 기자 = "선생님 문 좀 열어보세요!"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이달 초 집 안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를 고의로 작동시켜 거짓 신고를 한 50대 남성을 붙잡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가스 토치로 화재경보기를 가열해 신고가 접수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새벽 1시께 한 차례 출동했던 소방과 경찰은 남성에게 주의를 준 뒤 귀가했지만, 그는 약 1시간 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두 번째 출동 당시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경찰과 소방이 강제 개방에 나서는 소동도 벌어졌다. 경찰은 남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처럼 전북 지역에 거짓 신고가 꾸준히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접수된 허위 신고는 총 66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8건, 2022년 111건, 2023년 151건, 2024년 143건, 2025년 151건씩 접수됐다.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거짓 신고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도내 거짓 신고는 140~150건대를 유지하며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거짓 신고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받거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태료는 전과가 남지 않는 행정 처분이어서 경각심을 주기에 한계가 있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 신고자 상당수가 주취자인데, 과태료만 내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려 해도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아 형사 입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처벌 강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거짓 신고의 가장 큰 문제는 행정력 낭비"라며 "긴급 사건에 투입돼야 할 인력이 거짓 신고에 묶이는 동안 시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 신고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하려면 실제 형사 처벌 사례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ell4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