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개통 얼굴인증 첫날…대리점마다 "아직 안 해도 돼요"

"오류 반복되면 개통 불가…고객 불편 우려"
통신사 직영점 긍정적 반응도

23일 전북 전주시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 모습.(기사내용과 무관함).2025.12.23/뉴스1 문채연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문채연 문재욱 기자 = "안면인증하다가 세 차례 이상 오류가 나면 그날은 개통 안 돼요. 시범 운영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어서 그냥 스킵하고 있어요."

보이스피싱과 대포폰 개통 등의 범죄예방을 위해 과학기술통신부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 인증을 추가 적용했다. 하지만 시범 운영 첫날 현장에서는 인증이 사실상 생략된 채 개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23일 찾은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새로운 인증 절차가 도입됐음에도 안면 인증없이 개통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증 실패 시 오류가 세 번 이상 계속되면 개통이 불가능해지고,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대리점 대표 A 씨는 "시범 운영 기간에는 인증에 실패해도 넘어갈 수 있어서, 그냥 인증을 안 하고 넘기고 있다. 아직은 안 해도 된다"며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를 막으려면 형량을 높이면 되지, 왜 이런 복잡한 절차를 시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대리점 직원 B 씨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문에 고객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안면인증까지 시행하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고객들을 어르고 달래며 일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폰 개통 근절을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암암리에 어떤 업체가 가담하는지 대부분 알 정도로 특정 업체가 범죄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이번 안면인증 절차는 마치 전체 업계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신사 직영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전주의 한 통신사 직영점 관계자 C 씨는 "안면인증이 도입되면서 직원 보호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신분증과 얼굴이 다르거나 얼굴 공개를 꺼리는 고객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직원이 떠안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인증 책임이 패스앱으로 넘어가니 직영점 입장에서는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43개 알뜰폰사의 64개 비대면 채널과 이동통신 3사 대면 채널에서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을 적용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이 제도가 정식 도입되는 시기는 내년 3월 23일이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안면인증에 실패해도 예외처리로 개통을 진행한다. 과기부는 이 기간 인증 실패 등 사례를 분석해 정식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