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는 언제?…시민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20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5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보내왔다. 2024.12.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20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5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보내왔다. 2024.12.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나이와 직업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펼쳐온 선행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할 뿐이다. 시민들이 그를 '얼굴없는 천사'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굴없는 천사'는 매년 연말, 전주시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벌써 25년째다.

그의 첫 선행은 2000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중노송 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듬해 12월26일에는 74만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2002년엔 5월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저금통이 건네졌다.

액수도 점점 커져갔다. 지난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사는 7009만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7600만558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시끄러웠던 지난해에도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메시지와 함께 8003만 8850원을 놓고 사라졌다.

그가 지난해까지 25년간 26차례에 걸쳐 두고 간 누적 성금은 10억 4483만 6520원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전주시민들은 다시 '얼굴없는 천사'를 떠올리고 있다. 올해에도 이 같은 감동이 이어지길 염원하고 있다.

시민 유모 씨(45)는 "지난해 힘든 시기에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 덕분에 큰 위안을 받은 기억이 있다"면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오랫동안 감동을 전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 임 모씨(39)도 "올해에도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면서 "전주시민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물해주셨으면 한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우기도 했다. 주민들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전주시는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