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 먹으니 배고파요"…총파업에 불 꺼진 급식실

전북 공무직 1772명 파업, 전체 23.5% 참여 '급식·돌봄 차질'
도내 375개교 급식 중단⋯67곳은 돌봄교실 운영도 멈춰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1일 전북 전주시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대체식으로 나온 빵과 음료, 과일이 놓여져 있다. 2025.11.2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문채연 문재욱 기자 =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세요. 귤껍질은 선생님에게 주면 돼요."

전북 학교비정규직연대회가 총파업에 돌입한 2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의 한 초등학교의 1학년 교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담임 교사로부터 소시지 빵과 귤, 사과주스를 받았다. 급식실 문이 닫히면서 해당 학교가 준비한 대체식이었다.

학생들은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먹는 점심이 신기한 듯 화기애애 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빵을 맛있게 먹었다. 고사리손으로 귤을 까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가방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친구와 나눠 먹기도 했다.

1학년 정 모 학생은 "오늘 빵 먹는다고 하니까 엄마가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줬다"며 "배가 불러서 빵은 못 먹겠다"고 웃었다.

이 학교 6학년 이 모 학생은 "빵이 맛있기는 한데, 밥이 아니라 배가 좀 고프다"며 "그래서 파업이 있을 때는 도시락을 가져오거나 편의점에서 사 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초등학교 교감은 "파업 소식을 듣고 어떤 메뉴로 배식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며 "영양 균형을 고려해 야채와 고기가 함께 들어간 소시지 빵을 대체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전교생 230여 명에게 대체식을 지급했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미리 안내해 도시락을 준비하고 싶은 학생들은 가져오게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1일 전북 전주시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있다. 2025.11.2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학부모들은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주 한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신지현 씨(39)는 "아이가 하루 종일 도시락만 먹고 버텨야 하는지, 대체식이 아이들에게 충분한지 걱정이 컸다"며 "돌봄 교실 쉬는 학교도 있다고 해서 혹시 우리 학교도 갑자기 변경될까 불안했다. 파업 여부뿐 아니라 대체 급식이나 돌봄에 대한 정보가 더 일찍, 자세하게 안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급식과 돌봄을 책임지는 분들도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교육 현장의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며 "파업이 반복되는 건 그만큼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매번 학부모들에게만 불편을 감수하라고 할 게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유 모 씨(40대)도 "1년에 한 번씩 총파업이 이어지다 보니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진다"며 "아이가 어릴 땐 혹시 배고플까 봐 걱정이 컸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고학년은 스스로 편의점에서 사 먹기도 하니까 형편이 낫다"며 "저학년은 혼자 사 먹지 못하니 맞벌이 가정은 아침부터 잠 줄여가며 챙겨야 해서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직 노동자는 17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체 7534명의 23.5%에 해당하는 수치다.

참여자 가운데 조리실무사가 1281명으로 가장 많았고, 돌봄전담사 216명, 특수교육지도사 91명 교무실무사 40명, 시설관리원 23명, 영양사 12명 순이었다.

총파업으로 인해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과 돌봄교실 운영이 중단됐다.

현재 급식 차질이 빚어진 곳은 전체 790개교 가운데 375개교로 파악되고 있다. 375개교 가운데 357개교는 대체 급식이 실시됐고, 18개교는 학사일정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유·초등 돌봄교실이 운영되지 않는 학교는 총 415개교(유치원 10곳 포함) 가운데 16%인 67개교로 파악됐다. 특수학교의 경우 10곳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tell4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