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벗고 제복'…태권도 선수 출신 순경 "시민 곁 은은한 촛불 되겠다"
[80주년 경찰의 날 인터뷰] 전주덕진경찰서 솔내파출소 허세준 순경
-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신준수 기자 = "은은한 촛불처럼 오래도록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배울 게 많지만,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가장 보람돼요."
제80주년 경찰의날(10월 21일)을 앞둔 지난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송천동 솔내파출소에서 허세준 순경(27)을 만났다.
8월 11일 첫 근무를 시작한 그는 태권도 선수 출신 '경찰무도특채임용' 신임 순경이다.
4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허 순경은 "아버지가 태권도 관장님이라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했다"며 "초등학교 때는 겨루기를 하다가 중학교 진학 후 품새 선수로 전향했고, 전주대학교 태권도학과 시범단 '싸울아비'에서 5년 동안 선수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대학원에 입학해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이어가던 허 순경은 우연한 기회에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2022년에 교수님이 경찰청에서 처음으로 태권도 품새 부문 특채를 연다고 참가를 권유했다"며 "처음엔 공무원 생각이 없었는데,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대회에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허 순경은 특채 채용에 합격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1월 경찰학교에 입학해 현재는 전북경찰청 전주덕진경찰서 솔내파출소 순찰3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허 순경은 "아직 두 달밖에 안 돼서 모르는 게 더 많다"며 "대부분의 동기가 공부로 들어왔지만, 나는 현장에서 배워야 하는 입장이라 법적인 부분이 어렵다. 그래도 운동선수 시절 단체생활을 오래 해서 조직 적응은 수월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체력과 정신력을 다진 선수 경험이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경찰 업무도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운동으로 힘든 시절을 버틴 덕에 어느 정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큰 보람도 느낀다.
그는 "한번은 치매 어르신이 본인 이름도 기억을 못 하셔서 보호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때 경찰학교에서 배운 '모바일 지문 스캐너'가 떠올라 사용했는데, 바로 신원이 확인되고 보호자와 연결할 수 있었다. 그때 정말 뿌듯하고 신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순경이 생각하는 경찰 업무는 '시민 곁의 은은한 촛불'이다.
그는 "무도를 했다고 해서 힘을 과시하기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면서 "선배들이 '짧고 굵게 가는 게 아니라 은은하고 길게 가야 하는 직업'이라고 하시더라.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배우며 꾸준히 신뢰받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시절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지 않았듯, 경찰도 마찬가지다"며 "작은 일에도 책임을 다하며 시민 곁을 지키는 은은한 촛불 같은 경찰이 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sonmyj03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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