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왕벌 없나"…양봉업자 살해·유기 70대 상고 포기

1심 20년→항소심 25년…검찰 상고장 제출 안 해

ⓒ News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구매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다는 이유로 양봉업자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유기까지 한 70대의 중형이 확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 씨(74)는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 역시 상고하지 않으면서 A 씨에 대한 형이 확정됐다.

A 씨는 올해 1월 27일 오전 9시 45분께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양봉 움막에서 양봉업자 B 씨(77)의 얼굴과 머리 등을 10여차례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하루 뒤 B 씨 아들은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했다.

B 씨 행적을 조사하던 경찰은 B 씨 소유의 차량에 흙이 묻어있고 차량 블랙박스가 강제 분리된 점을 토대로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주거지에 은신해 있던 A 씨를 긴급체포했다.

수사 기관에서 A 씨는 "2년 전 구매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어 얻으러 갔다가 B 씨와 마주쳤다. 이후 B 씨가 벌 절도범으로 의심하고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유치장에 입감된 후 속옷 안에 숨겨 가져간 살충제 성분의 독극물을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가 4일 만에 퇴원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난 1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계획적인 후속 범행을 저질렀다"며 "특히 암매장당한 피해자의 부검 결과를 살펴보면 입과 기도 등에서 흙이 발견돼 그가 사망할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를 은닉하고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다르게 진술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 했다. 피고인이 진정 반성하고 후회하는지 의문"이라며 "유족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등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점, 그 외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