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도로, 30년 만에 국정원이 허가? 번복되지 않아야"

도심 속 외딴 섬 '방마마을'…주민들 "원복 될수도" 불신
이성윤 의원·박형배 시의원 등 "국정원과 소통 이어갈 것"

편집자주 ...전북 전주시 상림동의 방마마을 주민들은 마을길을 잃은 채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전주시 인후동에 있던 국정원 전북지부가 방마마을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주민들의 삶은 섬에 고립되듯 방치됐다. 그런데 최근 주민들에게 마을길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뉴스1>은 주민들의 고통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전북 전주시 상림동 방마마을 한 주민이 사라진 마을길을 가르키고 있다.2025.10.2/뉴스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이제 원래 마을 입구가 있던 도로 쪽으로 다녀도 된대요. 이렇게 쉽게 바리케이드를 옮길 수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불편을 줬는지 모르겠어요. 주민들을 무시한 거죠."

전주시 상림동 방마마을 한 주민 A 씨가 뉴스1과 만나 한 말이다.

최근 지역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방마마을 주민들이 지난 30년간 사용할 수 없었던 마을길을 되찾게 됐다. 마을 진입로를 막았던 바리케이드가 국정원 전북지부 청사 앞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30년간 닿지 않던 목소리, 일단 해결된 건 좋지만...

방마마을 주민들은 인근에 국정원 전북지부가 이전을 온 이후 30여 년의 시간 동안 사실상 고립된 생활을 해야만 했다. 마을 진입로로 향할 수 있는 300m 상당의 국정원 앞 도로를 막은 바리케이드로 인해 주민들은 집으로 가기 위해 샛길을 찾아 헤맸다.

인근의 한 창호업체가 들어서며 만들어진 샛길로 마을을 오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샛길은 1톤 트럭(폭 1600㎜)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이 때문에 실제 수년전 한 주택에 불이 났을 때 대형 소방차가 진입이 어려워 화재 현장을 뒤로 한 채 돌아갔고, 주민들은 집이 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마을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주민들은 언제든 바리케이드가 다시 마을 입구까지 내려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늘 불안하기만 하다.

실제 행정상 문서를 통해 국정원과 구체적인 협약 등의 약속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 씨는 "좋으면서도 허탈해요. 수십 년을 그렇게 목소리를 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이용해도 된다고 허가를 해주는 게"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어떻게 도로 이용을 허가 해준다고 하고, 시에서도 마을 입구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까 일단은 잘 돼가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언제든 또 국정원 지부장이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번복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상림동 방마마을 인근에 설치됐던 바리케이드가 사라진 모습.2025.10.2/뉴스1 장수인 기자
방마마을 앞 도로, 정말 이용 허가 하나?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주시가 방마마을 마을진입로 인근의 농수로 정비 사업 추진에 앞서 협의하고자 보낸 공문에 국정원은 '정비 사업 추진 시 보호지역의 시설보안과 유지 관리를 위한 불특정 다수의 통행량 제한 방안 등 사전 조치 사항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회신했다.

또 바리케이드 설치 위치와 관련해서도 후방으로 이전했다 하더라도 기존 진입로 구간은 보호지역으로 유지한 상태라는 점도 명시했다.

회신 내용은 언제든 국정원이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다시 마을 입구 앞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행정에서는 이번에는 꼭 힘을 모아 마을 주민의 불편 사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한 관계자는 "공문상으로 '다시는 바리케이드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우려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일단 국정원과의 소통 과정에서 오고 간 분위기를 봤을 때 다시 바리케이드가 앞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과 소통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의 상황도 함께 지켜보며 후속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4월 전주시의회 본회의 등에서 방마마을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지적해 왔던 박형배 전주시의원도 이성윤 의원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형배 전주시의원은 "제도적으로도 방마마을 주민들이 마을 진입로를 편히 오고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며 "먼저 예산 확보를 통해서 30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을 위해 농수로까지 같이해서 농로를 만들고, 악취 문제가 발생하는 오폐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과 긍정적으로 소통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