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외딴 섬 전주 '방마마을'…국정원 30년 만에 빗장 푸나
국정원, 법 따라 민간인 출입 제한 가능…있던 주민들은 고립
국정원 이전 후 마을길 잃은 주민들, 정치권 관심 속 문제 해결?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국가정보원은 국가 중요 시설에 해당한다. 이에 통합방위법에 따라 차단시설을 설치해 출입하려는 민간인에 대한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문제는 인근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다. 출입 제한이 이뤄지다 보니 주민들은 귀가하는 것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재산권 침해 역시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전북 전주시 상림동 방마마을 이야기다.
지난 1990년대 초 국정원이 들어서면서 자유롭게 집을 오가던 길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을 진입로로 향하는 약 300m 거리의 도로는 노란색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면서 통제됐다. 주민들은 집으로 가기 위해 해당 도로에 들어설 때마다 국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아야만 했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주민들은 점점 고립됐다.
이에 주민들은 집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을 찾아 헤맸다. 현재 마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창호 업체가 들어서며 확장돼 만들어진 샛길이 전부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샛길은 창호 업체가 있는 구간을 지나 마을로 진입할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였다. 1톤 트럭(폭 1600㎜)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샛길 한 구간에는 조금이라도 길을 넓히려 주민들이 직접 시멘트를 덧바른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을 안에는 화재 후 그대로 방치된 집도 있었다.
불은 3년 전 발생했는데 샛길 외에는 진입로가 없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 주민들은 집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다. 소형 소방차가 도착하긴 했지만, 이미 전소된 뒤였다.
마을 안 주택은 대체로 허름했다. 한 주민은 '전체 11가구 중 튼튼하게 유지되는 집이 몇 가구나 되나'는 물음에 "6채 정도"라고 답했다. 모두 국정원 청사가 옮겨오기 전인 30년 전 지어진 집들이었다.
문제는 더 있었다.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할 하수관로가 없다는 점이다. 오폐수가 그대로 인근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주민들은 악취도 견뎌야만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전주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국정원이 허락하지 않아 하수관로 공사가 무산됐다는 게 마을 주민들 주장이다.
수십 년간 고통을 호소해 온 주민들의 목소리가 최근 정치권에 닿으면서 국정원 전북지부는 바리케이드를 청사 건물 앞으로 옮겼다.
지난 7월 방마마을 한 주민이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시을)을 찾아가 건의했고, 이 의원이 직접 국정원의 문을 두드려 얻은 결과다. 2019년부터 방마마을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낸 박형배 전주시의원도 힘을 합쳤다.
수풀로 뒤덮인 방마마을의 원래 진입로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된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전주시도 국정원과의 협의를 통해 마을 진입로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주시 관계자는 "국정원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를 통해 정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정원이 입장을 번복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새로운 지부장이 오면 정비 계획 등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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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북 전주시 상림동의 방마마을 주민들은 마을길을 잃은 채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전주시 인후동에 있던 국정원 전북지부가 방마마을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주민들의 삶은 섬에 고립되듯 방치됐다. 그런데 최근 주민들에게 마을길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뉴스1>은 주민들의 고통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