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식품클러스터 하나가 마을을 살린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

(익산=뉴스1)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 =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위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60%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청년층의 유출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인구 구조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공장 유치나 기존 산업 재편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지역의 문화·자원·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과 생활공간이 필요하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소규모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식품중심복합타운'이다. 왜 '식품'인가? 식품은 지역 고유의 농산물과 전통, 문화와 직결된다. 지역의 농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고, 반대로 지역 농산물에 스토리를 입히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삿포로 비어 가든', 프랑스 리옹의 '가스트로노미(미식) 타운'은 지역 농축산물과 전통 조리법, 현대식 푸드테크가 결합하여 관광과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클러스터', 강원도의 'DMZ 평화 식품단지' 등이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식품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농업·문화·관광·R&D·교육까지 연결되는 복합산업이다. 따라서 식품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청년 창업·사회적 기업이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지역에 자연스럽게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이 있다.

식품산업 클러스터가 단순한 공장단지에 머물면 한계가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과 주거가 결합한 복합타운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이 결합하면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 살고 싶고, 배우고 싶고, 창업하고 싶은 공간이 된다. 즉, 산업단지가 아니라 '마을 단위의 혁신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식품은 지역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며, 이는 단순히 먹거리 산업을 넘어 농업과 문화, 관광과 교육을 연결하는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

소규모 식품산업 클러스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복합타운 모델은 지역에 작지만 확실한 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고, 도시민의 이주·귀촌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일본의 마쓰야마,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이 미식 도시로 부활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의지와 실행력이다. 지자체가 로컬푸드 클러스터 조성을 산업정책이 아닌 인구·문화·교육이 결합한 종합정책으로 바라본다면, 중앙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사업, 농림식품부의 식품산업 활성화 정책, 국토부의 지역 주거 활성화 사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

작은 식품클러스터 하나가 마을을 살리고, 마을이 다시 도시를 살릴 수 있다. 지역소멸 대응의 진정한 해법은 거창한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이 가진 식탁 위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