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구호 담보' 돈 빌려주고 이자 갈취…군 간부 협박한 대부업자

군사기밀보호법 등 위반 혐의…1심 징역 2년4개월→항소심 징역 2년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군사비밀인 '암구호'(暗口號)를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군 간부들을 협박한 대부업자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이 감형 사유로 작용했다.

전주지법 제3-3형사부(정세진 부장판사)는 15일 군사기밀보호법과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부업자 A 씨(37)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불법 대부업체 운영자인 A 씨 등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2년 3개월간 급전이 필요한 15명에게 약 1억6000여만 원을 대출해 준 뒤 최대 연 이자율 3만416%를 적용해 9000만 원 상당의 이자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군 간부 3명에게 암구호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방법으로 불법 채권 추심을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인터넷 대출 중개업소 사이트에 대출 요청 글을 올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돈을 빌려준 뒤 최대 3만416%에 달하는 연 이자율을 적용해 이자를 받아냈다.

범행 대상에는 현직 육군 간부도 포함됐었다.

A 씨 등은 육군 상사 등 3명에게 '암구호를 보내주면 대출해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빌려줬다. 그리고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가족이나 부대에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군사 암구호는 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놓은 말로,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군사기밀이다. 유출될 경우 즉시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보안이 중요하다.

A 씨 등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수의 가명과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했으며, 수집한 암구호 등을 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외부로 유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고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한 점 등 비난 가능성이 크고 그 죄책이 무겁다"며 A 씨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사유로 항소했다. 검사 역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규모와 수법, 내용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해액을 변제하고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 부당해 보인다"며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A 씨와 함께 기소된 직원 B 씨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직원 C 씨에게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