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여직원 가두고 대검 위협한 60대男…반전의 CCTV
피해자 "대검 들이대고 죽이겠다 협박"…피고인 "내연 관계"
1·2심 "당시 모습, 통화내용 등 피해자 진술과 달라" 무죄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너 지금 안 죽으려면 빨리 차에 타라."
A씨(61)는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인 B씨(50대·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계속되는 빚 독촉 때문이었다. '빌린 2000만원을 갚으라'는 요구에 화가 난 A씨는 지난 2021년 12월29일 오전 0시59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B씨 자택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A씨는 B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위협했다. 그는 대검을 꺼내 B씨 목에 들이대며 "옷을 벗어라"고 협박했다. 겁 먹은 B씨가 몸부림을 치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A씨는 휴대폰을 빼앗아 던졌고, 손가락으로 B씨 왼쪽 눈까지 깊게 찔렀다.
B씨는 A씨 폭행으로 좌측 결막의 열상 등 전치 14주의 상해를 입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후유증도 남았다.
A씨는 13일 뒤인 지난해 1월11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 보자"며 또다시 만남을 요구했다. B씨가 이를 거부하자 "나한테 죽는다. 내가 조폭이라 너 같은 것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며 수차례 전화를 걸어 B씨를 위협했다.
결국 A씨는 특수감금치상,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줄곧 부인했다. 그는 자신과 B씨가 "내연 관계"라며 "사건 당일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다투던 중 실수로 B씨 눈을 찌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을 들고 폭행이나 위협은 가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화해하고 드라이브를 했다"며 "돌아와서 B씨 집에서 술도 마시고 4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B씨를 찾아갔던 당시 상황도 B씨와 다르게 진술했다. A씨는 "B씨에게 세 차례 전화하고, 찾아가긴 했으나 지속적,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전화를 건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A씨의 손을 들어 준 데에는 폐쇄회로(CC)TV에 담긴 장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CTV에는 사건 당일 B씨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가 도착하자 B씨는 스스로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 5분 뒤 다시 밖으로 나온 B씨는 한참 동안 운전석에 있는 A씨와 대화를 했고 다시 뒷좌석에 탑승했다.
당시 차량 주변에는 다른 차들도 왕래하고 있었고 편의점 간판 등 불빛으로 주변은 밝았다. 하지만 B씨는 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없었다.
A씨는 B씨를 태운 차를 이동했고 2시간여 뒤 다시 B씨 집으로 돌아왔다. B씨가 먼저 차에서 내렸고, 그는 왼손으로 한쪽 눈을 가린 채 집으로 올라갔다. 이후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열어둔 채 A씨를 기다렸다. A씨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뒤따라 B씨 집으로 들어갔다.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CCTV에 담긴 모습과 함께 통화 내용도 A씨의 무죄 선고 이유로 작용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A씨가 "녹음하세요. 당신 보고싶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을 이렇게 내쫓고. 얼굴 안 보고 간다는 얘기잖아" 등이 담겨 있었다. B씨 역시 "술 마셨으니 만나지 않겠다" 등 만남 또는 통화 자체를 분명하게 거부하지 않았다. 목소리도 비교적 차분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결여되고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해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사건 당시 통화내용에서 드러나는 피해자의 어투나 어감상 특별히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는 등 피고인에 대해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경찰서장 허가 없이 대검을 소지해 차량에 비치해 두고 2021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2차례 상당한 거리를 운전한 것은 유죄로 판단한다"며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3일 "피해자의 진술이 이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데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한다"며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을 보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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