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까지 준비한 검찰…풀려난 타이이스타젯 대표(종합)
법원, 구속영장 기각…檢 "1년5개월간 출석 요구 불응…납득 어려워"
박석호 대표, 이상직과 이스타항공 자금 71억 배임 혐의 등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타이이스타젯 관련 배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복병을 만났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해서다.
3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박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대표가 수사 초기에 출국해 상당 기간 소환에 응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초 여권 무효화 조치로 더 이상 해외로 출국하기 어려운 상황도 구속영장 기각의 근거가 됐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여권 무효화 조치 전에 이미 자진 귀국해 수사에 응할 의사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태국에 머물던 박 대표의 자진 귀국을 설득해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할 때까지만 해도 검찰 안팎에선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으로 상당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검찰은 박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공을 들였다.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가 이 전 의원임을 밝히려면 박 대표 진술이 중요하고, 이 문제를 풀어야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43·이혼)의 타이이스타젯 고위 임원 취업과 이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간 대가 관계를 밝힐 수 있어서다.
실제 검찰은 전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PPT(발표용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 약자) 발표까지 준비하며 박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박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 측은 "(박 대표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2021년 10월 태국으로 간 이후 약 1년5개월가량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여권 무효화 조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자 마지못해 입국했는데도 '도주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법원이 "범죄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환치기는 박 대표 본인도 인정해 (외국환거래법) 혐의는 명확하다"며 "다만 업무상 배임 관련해선 '경영상 판단이었다' '이스타항공 내부 사정은 잘 몰랐다'는 취지로 얘기하는데, 이는 같은 혐의를 받는 모든 기업인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했다.
박 대표 구속이 불발되면서 현재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은 박 대표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수사를 철저하게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신병에 대한 판단만 다른 것이지 수사엔 문제없다"며 "박 대표와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해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소 시점에 대해서도 "더 살펴보고 절차대로 하겠다"고만 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박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는 서울에서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표는 검찰의 여권 무효화 조치가 확정되지 않아 태국에서 본인 여권으로 입국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현재 출국 금지 상태고, 여권 무효화 조치는 현재 외교부에서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스타항공 자금 71억 원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해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추진하던 태국 저비용 항공사다.
박 대표는 이 전 의원과 무관하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4억 원 상당의 불법 외환거래(속칭 환치기)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는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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