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효 원광대 기획처장 "지방대 위기, 학과 개편만이 생존의 길"

"순수학문 몰락한 지 오래, 2년 연속 학생 모집 안 되면 폐과 불가피"
"4년제 대학에 뷰티디자인학과…반발 심했지만 10년째 효자 학과"

이형효 원광대학교 기획처장이 지난달 28일 대학 기획처장실에서 지방 사립대가 처한 현실, 앞으로 생존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2022.4.6./ⓒ 뉴스1

(익산=뉴스1) 김혜지 기자 =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는 올해 3월 개강하자마자 4개 학과를 폐과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학과는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유지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학과의 명맥이 끊긴다는 소식에 거세게 반발했다.

비단 원광대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지방 대학은 매해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수년째 동결 중인 등록금만으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정부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학생 충원율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만 한다. 결국 학생 모집이 안 되는 이른바 '비인기 학과'가 사라져야만 대학이 살아남는 상황이다. 실제 위기를 맞닥뜨린 지방 사립대 입장은 어떤지 지난달 28일 이형효 원광대 기획처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이형효 처장과의 일문일답.

- 전국적으로 지방 대학들이 해마다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 폐과 결정이 학기 초에 나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선 갑자기 통보받았다고 느낀 것 같다. 신입생 모집 이전에 미리 알릴 수는 없었나.

▶ 이번에 폐과가 결정된 4개과는 철학과(20명), 화학과(40명), 빅데이터·금융통계학부(40명),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30명) 등으로 신입생 모집 정원이 총 130명이다. 최근에 4개 학과 재학생을 조사해보니 철학과는 60명, 나머지 학과는 각 100명 정도 됐다. 최소 2년 이상 신입생 모집율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매년 대학재정지원 평가를 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이다. 6개 지표 중 3개 이상 기준에 못미치면 정부 재정 지원이 중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매년 모든 대학에 3월 말까지 다음연도 입학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2월 말에 신입생 모집율이 나오고 학교 구성원 의견 듣고 나면 발표 시기가 3월 초일 수밖에 없다. 폐과 결정을 유예할 수 있다면 최대한 유예하겠지만, 이제는 그럴 여력조차 없는 상황까지 왔다.

- 어떤 기준으로 폐과 결정을 하나.

▶원광대는 대학 규정상 2년 연속 정원의 10%가 미달 되면 통폐합 대상으로 본다. 현재 이 기준에 해당되는 학과만 30여개에 달한다. 그렇다고 이들 학과를 모두 폐과할 순 없진 않나. 총장님 주재 하에 학과 교수들과 모여서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청취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 사립대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힘들다고 호소한다. 어느 정도 힘든 상황인가.

▶학생 등록금의 60~70%가 인건비로 빠져 나간다. 나머지 30~40%만으로 장학금, 실습지원 등 교육과정은 물론 운영비로 쓰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원광대는 13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적도 있지만 올리기 쉽지 않다.

결국 지방 사립대는 정부 지원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앞서 말했듯 신입생, 재학생 충원율은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학생 모집은 점점 어렵고, 자칫 정부 지원 평가인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평가를 잘 못받아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분류되면 일명 '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 결과가 3년마다 8월에 발표되는데 그 다음 달에 진행되는 9월 수시 모집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몇 개 학과로 대학 전체가 휘청이는 건 순식간이다.

- 결국 학과 통폐합, 개편이 답인가.

▶학생 눈높이에 맞는 즉 취업 잘 되는 학과 개편만이 지방대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실제 원광대는 2012년 뷰티디자인학과, 바이오 동물산업학과 등을 만들었다. 당시에 4년제 대학에 걸맞지 않는 학과라는 이유로 반발이 매우 컸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유지가 잘 되고 있다. 그에 반해 반도체 학과와 빅데이터 금융통계학과는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해서 3~5년 전에 개설했는데 이번에 폐과 결정이 났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공학, 통계 등 어려운 학문을 기피하다보니 학생 모집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이렇게 가게 되면 기초학문은 사라지고, 전문대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4년제 대학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미 전문대와 학과가 겹친 지 오래다. 원광대가 올해로 개교 76년을 맞이했는데 종합대학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데 한계가 오지 않았나 싶다. 대학도 이제는 사회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순수학문만으로 대학에서 강의만 하고, 진로는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학생들은 더 지방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4년제 대학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어떤 능력을 원하는지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 원광대는 이번에 국방기술. 의료상담, 안전보건 학과 등을 신설했다. 특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 전국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 결과 2만여 명이 미달돼 추가 모집을 했었다. 내년에는 2배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기존 학과, 정원을 유지하면서 학생을 모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학과 개편을 활발히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폐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원광대는 이달 '학생 지원단(기획처, 교무처, 학생 장학지원 성공처, 폐과 학생 등)'을 출범시켜 학생들의 진로부터 교육과정 등 후속조치에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