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창업 성공 스토리] 첨가제 無, 자연 영양식 ‘블랙스프’
맛내기 화학첨가물, 합성보존료, 유화제 등 3無
- 박효익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좀 더 가치 있는 나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식 재료 모두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볶은 참깨’입니다.”
‘깨’는 이남석 대표(48)에게 중요한 키워드다. 2014년 11월 기존에 하던 사업을 접고 블랙스프를 창업하게 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1997년 식품 관련 유통·제조업을 시작한 그는 연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물엿과 고추장, 된장 등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병원 구내식당도 여럿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사만의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 한식의 필수식재료인 ‘볶은 참깨’의 가공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가 당시 제조 또는 유통한 품목들은 누구나 쉽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던 것. 그는 "고추장은 그냥 고추장일 뿐이고 싸게 공급하면 그만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식품업에 종사하면서 좀 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차에 한 거래처에서 흑임자 깨죽가루 납품을 의뢰했다. 깨는 참깨와 검은깨, 들깨로 나뉘며 검은깨가 바로 흑임자다. 전남의 한 대학병원 구내식당 영양사들과 환자들에게 적합한 스펙을 맞추고 납품을 하면서 점차 유동식 재료 생산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고 급기야 ‘깨죽’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유동식은 생소한 분야였다.
◇맛내기 화학첨가물, 합성보존료, 유화제 없는 3無 건강식
블랙스프는 병원구내식당용 1㎏ 용량의 흑임자죽을 만들어 산부인과와 요양병원 등 50여개 병의원에 공급했다. 모든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게 바로 ‘깨죽’이다. 한국 정서 상 ‘죽’이라고 하면 쌀로 만든 ‘흰죽’과 ‘깨죽’을 떠올린다. 노인 등 연장자들의 죽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에서 필수적으로 깨죽을 취급한다는 것이다. 또 죽은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예로부터 병자나 노인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병원 상당수가 방앗간을 통해 단순히 깨죽가루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깨죽가루로 만든 깨죽은 블랙스프의 깨죽과 큰 차이가 있다. 규격화·현대화된 공급업체는 블랙스프가 처음이다. 특히 블랙스프는 일반 환자 뿐 아니라 말기암 환자에게 식사를 공급해야 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맛을 내기 위해 맛내기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변질을 막기 위해 합성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유화제 성분을 사용해 유동식을 만들지 않는다를 목표로 정했다. 그리고 연구 개발을 거듭한 끝에 첨가물 없이 맛있게, 보존료 없이 신선하게, 유화제 없이 점도 있게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맛내기 첨가제는 말 그대로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넣는 첨가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규모 생산 공정에 주로 쓰인다. 원가를 낮추면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내는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블랙스프는 자체 가공기술로 이를 해결했다. 합성보존료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 뿐 아니라 식사량을 조절하는 중이라거나 공복감이 오래된 사람, 피곤한 사람의 몸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화제는 죽이나 스프와 같이 끈적이는 성질 즉 ‘점성’을 유지하게 하는 인공첨가제다. 이걸 넣지 않으면 ‘죽’이 아니라 ‘물’이 된다. 적당한 점성은 죽의 필수요건이다. 목 넘김이 수월해 지기 때문이다. 블랙스프는 나름의 가공기술로 유화제 없이도 적당한 점성을 유지할 수 있다. 블랙스프는 100%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재료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첨가제를 넣지 않고 가공기술로만 제품을 생산한다는 게 다른 제품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유통기한을 1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 일반 죽제품은 길어봐야 6개월이 고작이다. 2배 이상의 유통기한으로 해외 수출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는 물론 바쁜 수험생·회사원에 안성맞춤
이 대표는 한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죽이라면 환자만 먹는 음식인가? 일반인은 못 먹나?’ 실제 이 대표는 “나는 건강한데 이 제품을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의도했던 안 했던 제품의 포커스가 환자나 노인에게 맞춰졌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잘 먹어도 고민, 못 먹어도 고민인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것.
블랙스프 제품은 컵스프 형태와 스틱분말 형태로 제작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뜨거운 물에 타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은 물론 찬물이나 우유에 타 먹을 수도 있다. 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 식물성 불포화지방 등 3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간편 영양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바쁜 수험생은 물론 연예인과 운동선수, 직장인 등 짧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단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경우 먹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간헐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다. 마찬가지로 단식을 끝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재난으로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한 난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큰 화재사고나 재난이 났을 때 현장에서 몇일 동안 못 먹은 사람들에게 식사대용품이라고 라면을 주는데 그것 보다는 우리 제품처럼 화학 첨가물이 안 들어간 제품을 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 제품이 재난 상황에서 더 값진 면모를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세프 등 구호단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제품 다양화 통해 매출 신장…베트남 진출도 눈앞
“흑임자는 좀 강한 고소한 맛, 참깨는 부드러운 고소함, 들깨는 고소하기도 하고 고소한 향과 맛이 더 높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강하죠.”
연구와 개발을 거듭해 2017년 5월 1인분용 ‘흑임자스프’를 일반에 출시했다. 하지만 막상 출시를 하고 나자 다양한 맛과 제품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에 현미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각기 참깨와 들깨, 흑임자를 추가한 ‘내츄럴참깨스프, 내츄럴들깨스프, 내츄럴흑임자스프’ 등으로 제품의 다양화를 꾀했다. 베트남 수출을 추진하면서 필요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블랙스프는 지난해 시장 개척단에 참여해 베트남을 다녀왔다. 당시 블랙스프 제품은 바이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대표는 “화학첨가물이 전혀 없이 유통기한 1년을 유지하면서 유통하겠다고 한 제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수출이 가능한 것은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력 때문이다. 베트남에 수출을 하려면 적도를 지나야 하는데 적도 부근을 지날 때 컨테이너 내부 온도가 100도를 웃돈다고 한다. 화학첨가물을 사용하면 그 온도를 버틸 수 없어 동종 업계에서 수출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현지 3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답사를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1개 업체를 계약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당 업체는 블랙스프에 “파우치 형태는 동남아 정서상 맞지 않다”며 “컵 용기 형태로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게 만들면 수입하겠다”고 제안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길거리에서 음료수를 비닐봉지에 담아 1달러에 파는데 이 때문에 봉지에 담긴 제품은 '저가'라는 인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랙스프는 종전까지 파우치 형태의 제품만 생산했다. 이 때문에 제품 형태도 파우치와 컵 용기로 다양화 했다. 현재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을 위해 준비 중이다.
블랙스프는 베트남 바이어와 현지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초도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의 주선으로 일본 바이어를 소개받아 현재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센터는 지난해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자금과 멘토링, 크라우드펀딩을 지원했다. 블랙스프는 이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경영을 개선했으며 원자재를 구입하고 브로셔·리플릿을 제작했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끊임없이 제품을 다양화하고 판로를 개척한 결과 창업 첫해 3700만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기준 6억2800만원으로 20배 이상 뛰었다.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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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기업 생산체제에서 만들어진 획일적인 물품보다 1인 기업‧소기업에서 생산된 개인 맞춤형 상품이 시장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창업능력은 4차 산업혁명 속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능력이다. 국가 차원에서 젊은이들의 창업 DNA가 발현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상상 속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기업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센터를 통해 성장한 전북지역 ‘스타트업(Start-up)’ 기업의 스토리를 격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