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15만원짜리 가짜양주 둔갑

500㎖ 5000원에 매입…전국유통 40억 챙겨

2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전주덕진경찰서소속 형사가 연 40억 상당 가짜 양주 제조·판매 일당 검거 브리핑에 앞서 생수병에 담긴 가짜양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2016.11.2/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주=뉴스1) 박아론 기자 = 40억 상당의 가짜 양주를 제조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서장 박성구)는 2일 가짜양주(속칭 후까시)를 제조해 유흥주점에 판매한 혐의(사기 식품위생법위반 등)로 대전 유성의 유흥업소 업주 최모씨(53)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이 업소 웨이터 이모씨(30) 등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18일까지 인천, 수원, 부산, 전주 등 전국 130개소의 유흥주점에서 먹다 남은 양주를 매입해 가짜 양주를 만든 뒤, 대전 지역 한 유흥주점에 되팔아 총 40억 상당의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대전 유성시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로 업소 웨이터들을 통해 전국의 유흥업소에 '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고 적힌 명함을 돌린 뒤, 생수병 500㎖ 1병당 5000원에 매입했다.

최씨는 이를 자신의 업소 웨이터들과 함께 고가의 빈 양주병에 시가 7000원 상당의 저가 양주(2 종류)를 1대 1 비율로 섞어 이쑤시개, 쇠젓가락 등을 이용해 혼합했다.

최씨 등은 이같은 방법으로 매달 350~600병 상당의 가짜양주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1병당 최대 15만원까지 받고 판매했다.

판매해 얻은 수익금은 최씨가 13만원, 웨이터가 2만원씩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등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양주병 뚜껑을 비닐커버로 밀봉하기도 했다.

또 주로 손님들의 상태를 봐서 진짜 양주를 내 온 뒤, 손님이 만취하면 테이블 아래 비치해 뒀던 가짜 양주를 꺼내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최씨 등은 주로 만취한 손님들을 상대로 가짜 양주를 판매해 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대전 유성구 일대에 가짜 양주가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해 7개월가량 수사를 통해 이들이 가짜양주를 유통한 사실이 기재돼 있는 장부 등을 통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다들 하기에 따라 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먹다 남은 양주는 1~6개월씩 보관하기 때문에 건강을 헤칠 위험이 있고, 특히 매입, 운반,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이어서 매우 유해하다"며 "손님들은 반드시 양주 병뚜껑 비닐 덮개를 확인하고 업소 내에 비치된 무선 인식 전자태그 리더기를 이용해 진품 여부를 확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유흥업소에서도 가짜양주를 팔아 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ahron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