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好~ 야시장이 뜬다]"젊음의 열기 가득" 전주 남부시장

남부시장 통로에 40여개 수레점포 성황…고객·매출 20~30% 증가
2층 청년몰과 함께 '젊음의 열기' 후끈…"대통령 빼곤 다 찾아와"

편집자주 ...야시장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울산 수암시장, 5월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에 이어 6월 서문시장 야시장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야시장이 먹거리·살거리·볼거리 제공으로 침체된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점포를 바꾸고 스토리를 입히는가 하면, 젊은 상인들을 내세워 손님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스산했던 시장골목이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왁자지껄한 밤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청년상인 육성과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2017년까지 40개의 글로벌야시장도 만들어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뉴스1은 야시장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야시장을 찾은 사람을이 총각네 스시 영업시작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총각네 스시 직원이 불초밥을 만들고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주=뉴스1) 김춘상 기자 = “죄송합니다. 아직 장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주문을 받겠습니다.”

6월24일 오후 6시40분쯤 전북 전주 남부시장 내 ‘총각네스시’ 점포에는 100명가량의 인파가 긴 줄로 서서 야시장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총각네스시는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잘 나가는’ 점포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를 졸업한 이길연씨(26)가 같은 과 재학생 후배 5명과 함께 운영하는 이 점포는 소고기를 재료로 한 불초밥과 하얀 국물의 길라면이 인기 메뉴다.

오후 7시 장이 열리자 길게 줄을 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주문이 시작됐고, 이씨는 후배들과 함께 소고기를 익혀 불초밥을 만드느라 손을 놀릴 틈이 없었다.

◇ 관광객 시민 몰려 '장사진'… 하루 매출 300만원인 곳도

이 점포에는 하루 평균 300명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이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소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야시장을 시작하게 됐다”며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혼자서 재료를 준비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 후배들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부시장 야시장은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기존 재래시장 통로에 바퀴가 달린 수레점포를 대는 방식으로 만들어 통로가 좁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점포 주변은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대학생 20여명으로 꾸려진 야시장 서포터즈는 질서 유지를 위해 ‘우측통행’을 당부하며 시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서포터즈들이 붐비는 시장의 질서를 위해 우측통행을 외치고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남부시장 야시장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남부시장 1층 십자(十)로를 중심으로 열리는 수레점포 시장이다. 바퀴가 달린 수레점포는 40여개다.

총각네스시의 소고기 불초밥을 비롯해 베트남음식 등 다문화가정이 내놓은 외국 음식과 녹두전, 맥반석구이, 수제 과일잼, 홍시 호떡 등 다양한 음식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손뜨개 핸드메이드 소품, 도자기 공예, 민화공예와 같은 상품을 구경도 하고 살 수도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이들 수레점포의 하루 매출은 평균 약 70만원이다.

청년 창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총각네스시처럼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는 점포는 매출이 이보다 훨씬 많다.

이길연씨는 “하루에 평균 300명 정도의 고객이 찾고 있으며, 매출은 200만~300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남편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하다 나중에는 부인과 함께 시장에 나와 일을 하는 등 야시장 점포에 대한 운영자들의 자긍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볼링대회를 위해 전주를 방문한 충북도청 선수들이 야시장 서포터즈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남부시장은 과거 호남권 최대 물류거점 역할을 한 큰 시장이다. 조선시대 전주부내에 1개의 시장과 4대문 밖에 각각 1개씩의 외장(外場)이 있었는데, 당시 남문 밖 외장이 현재의 남부시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됐고 이후 일본상인들이 진출하면서 동문과 서문 밖에 있는 시장이 힘을 잃으면서 1923년 전주 남문시장으로 통합됐다.

1836년 시장이 대폭 개축되면서 상설시장으로서 지금의 남부시장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컸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도심 외곽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단지마다 대형 상가가 자리를 잡으면서 침체되기 시작했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남부시장 상인회(회장 하현수)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전주시 등의 도움을 받아 2014년 10월31일 처음 문을 열었다.

걸어서 5분밖에 되지 않는 곳에 전북 최대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을 충분히 끌어모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이 적중했다.

대한볼링협회장배 전국볼링대회 참가를 위해 전주에 머물고 있다는 충북도청팀 선수들도 이날 야시장을 찾았다.

이 팀 선수인 권혜미씨(27·여)는 “며칠 전에는 한옥마을에 왔었는데 그때 야시장에 못 들러 오늘 오게 됐다”면서 함께 온 선수들과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했다.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이 젊은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게 카페와 만화가게 등으로 변하고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 카페·디자인 숍·추억의 문방구…꿈이 익는 청년몰

남부시장 야시장은 다른 지역 야시장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옥마을이 바로 옆에 있고 야시장 바로 위 2층에 ‘청년몰’이 있어 차별화 된다.

청년몰은 남부시장 상인회가 역시 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독특한 몰(mall)이다.

커피를 마시는 카페를 비롯해 세계맥주PUB, 칵테일 바, 분식집, 디자인 숍, 추억의 문방구, 갤러리 등 ‘젊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30여개의 점포가 정기휴일인 월요일을 빼고 매일 문을 연다.

좁은 통로로 다소 혼잡한 1층 야시장과 달리 예쁘게 꾸며진 골목을 걸으며 아기자기한 점포를 구경하면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다. 가끔 작은 광장에서 공연이 곁들여진 축제도 열린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모습들. ⓒ News1

이날은 ‘청년國, 베짱이 올림픽’이라는 축제가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청년몰 방문객들은 2000원짜리 입장팔찌를 구해 1층 야시장을 오가며 이벤트와 공연을 즐겼다.

전주에 살면서 야시장과 청년몰을 처음 찾았다는 이미영씨(가명·38·여)는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밤하늘을 지붕 삼아 이렇게 보는 공연이 너무 좋다”면서 “공연이 끝나면 1층 야시장에 내려가 맛있는 야참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몰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의 창업을 통해 재래시장도 살리고 청년실업 문제로 해결하는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전국에서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남부시장 상인회에서 야시장과 청년몰 운영을 도맡은 양소영 매니저는 “청년몰은 전국 최초로, 야시장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만들었다”면서 “청년몰의 경우 문재인, 안철수, 황우여 등 대통령 빼고 유력 정치인은 다 다녀갔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야시장 및 청년몰의 운영을 맡은 양소영 매니저가 시장 설명을 하고 있다.2016.6.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야시장 개장 후 고객·매출 모두 늘어 웃음꽃

야시장 개장으로 남부시장은 살아날까. 현재까지는 전망이 밝다.

전주시에 따르면 남부시장 일일 고객 수는 야시장 개장 전인 2013년 3분기 5900여명에서 개장 후인 지난해 1분기 7600여명으로 약 30%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부시장 총 매출액은 97억100만원에서 116억원으로 약 20% 증가했다.

남부시장의 명물인 콩나물국밥집과 피순대집 등 식당을 비롯한 기존 점포들도 덩달아 매출이 오르면서 야시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주단 점포 운영자 박영희씨(가명·66·여)는 “예전에는 7시30분이면 일을 끝냈는데, 야시장이 운영되면서부터 9~10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면서 “관광객들 주문으로 서울이나 부산 등에 이불 등을 택배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재산가치도 10년 넘게 변동이 없다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인다고 한다.

가구나 주단을 취급하던 기존 점포 등이 식당과 커피숍 등으로 바뀌는 것도 또 다른 변화다.

그러나 모든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좁은 통로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기존 상인들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야시장이 끝난 뒤 쌓이는 쓰레기양이 100ℓ짜리 봉투 140여개에 달한다.

기존 상가의 매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목이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상인들도 있다.

상인들과 상인회, 전주시 등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전주시는 남부시장 야시장을 전국 최고의 야시장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김기평 전주시 지역경제과장은 “남부시장 야시장은 지난해 지역경제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탔다”면서 “야시장과 청년몰을 통해 남부시장을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남부시장상인회가 제안하는 '남부시장과 함께 하는 멋진 하루' ⓒ News1 김춘상 기자

◇“남부시장 이렇게 즐기시면 됩니다”

남부시장 상인회는 관광객들에게 남부시장과 한옥마을 등을 연계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남부시장과 함께하는 멋진 하루’를 소개고 있다.

코스는 이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도깨비시장(남부시장에서 여는 새벽시장)에 들렀다가 시장 식당가에서 아침밥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전주천변 둘레길과 한옥마을을 걷는다.

점심은 콩나물국밥이나 피순대국밥으로 떼우고 시장 골목과 찻집 투어를 하다 오후 5시에 청년몰을 둘러본다. 그리고 역시 저녁을 시장 식당가에서 해결한 뒤 야시장을 찾는다.

양소영 매니저는 “청년몰과 야시장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면서 “전주에 오셔서 한옥마을도 구경하고 남부시장도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ellot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