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건물 철거에 관한 성명서

겉에서 보면 너무도 멀쩡해 보이는 유리창, 넓어 보이는 공간, 화려하게 불빛은 비추는 유흥주점들의 간판 속 내부는 너무도 참담했다. 밖으로 잠겨 지는 시정장치, 좁은 통로에 2층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을 넘어 2층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고 그들 모두는 2층 계단에서 숨을 거뒀다.

겉은 유리창이지만 건물 내부는 모두 베니어 합판위에 벽지로 막혀진 벽일 뿐이고 방에 있는 작은 유리창 조차도 판자로 막혀진 이 공간에서 힘들게 버텨오다가 화재로 인해 모든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당시 군산시는 사고발생 3시간 만에 여성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망한 것처럼 사건관련 내용을 발표하여 우리를 분노케 하였고, 결국 사건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한 여성시민사회단체의 연대투쟁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에서 승리하여 여성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사회 성산업 착취구조와 성매매의 실태, 여성들의 인권현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2004년 국가가 강력하게 성산업에 대응할 것을 중심으로 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게 되었다.

개복동 화재참사 이후 개복동지역의 유흥주점은 더 이상 영업하지 않게 되었고 그동안 지역이 방치된 상태에서 군산시는 이 지역을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2011년 본 건물을 인수하여 이후 활용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지분을 군산시가 지역과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와 의논하여 사용되기를 바라면서 그 뜻을 군산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산시는 새로운 대안이나 건물활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건물 철거를 전제로 한 과정만을 행정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동안 몇 차례 지역관련 단체와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건물의 안전성을 이유로 건물을 철거하는 것까지는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활용방안이나 새로운 공간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하지 않은 체, 일단 철거를 강행하게 된 상황에 대해 우리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간을 살리고 여성과 아동에게 안전하고 지역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

역사적으로나 사건으로 경종을 울리거나 후대에 극복해서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이나 지역, 사건, 사물들은 생활주변으로부터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다시 살려내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매년 9월 민들레 순례단 활동을 진행해 오면서 군산 개복동, 대명동 일대를 순례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활동해 왔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상과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존자들이 겪었던 당시의 상황과 삶의 흔적들이 여전하고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현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을 허물어 버린다고 우리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거나 치유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들의 삶을 삭제하지 않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함께 기억하고 다짐함으로써 현실은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건물은 철거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새로운 대안 공간이 이 자리에 다시 세워지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호소한다.

건물이 사라진다고 역사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종이학의 염원을 담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성매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 새롭게 세워지길 바라고 이를 위해 행동할 것이다.

2013년 2월 25일군산 개복동화재참사 건물이 헐리워 지는 날 함께 한 사람들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군산여성의전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단체연합

kjs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