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인류문화유산 등재 10년…'보는 유산'에서 '머무는 유산'으로
해녀 감소 지속…"실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해녀스테이, 마을과 해녀가 함께 만드는 체류형 관광의 새 길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올해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6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제주 해녀의 위상은 국내외에서 높아졌다.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고, 2023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2025년 제주 해녀 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 콘텐츠가 'PATA(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골드 어워즈 2025' 지역기반관광 부문에서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세계는 이제 제주 해녀를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배우려 하고 있다. 박상미 한국외국어대 교수(前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오늘날 전 세계가 논의하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의제에 제주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하나의 실천적 답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재 뒤 제주 해녀의 현실에는 그늘도 드리워졌다. 2016년 등재 당시 4377명이던 현직 해녀는 지난해 말 기준 2371명까지 줄었다. 높아진 위상만큼 이제 제주 해녀 문화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 해녀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18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해녀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자리에서 가파도 해녀 유용예 씨는 "해녀는 현역 어업인이다. 해녀를 알리는 일과 해녀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일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콘텐츠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녀의 삶과 공존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호실리토 코스타스 전 필리핀 세부관광청장은 "관광이 전통의 전승을 돕는지, 이미지를 소비할 뿐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하며 '관광 상품'이 아니라 자원을 살아 있게 하는 공동체의 체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평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장 역시 "해녀분들의 소득이 있어야 신규해녀도 늘어나고 해녀문화도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해녀스테이'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난 2023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시범 운영으로 시작한 해녀스테이는 해녀와 함께 마을을 걷고 체험하며 마을 안 숙소에 머무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2024년 김녕, 2025년 금능이 더해지면서 제주관광공사가 인증한 해녀마을은 총 3곳으로 늘었다.
누적 이용객은 지난 7월 말까지 약 2800명, 어업외소득은 약 1억7000만 원을 기록하며 고령화가 진행되는 어촌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녀스테이는 마을이 직접 주체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세화마을협동조합,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금능 어촌계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화마을협동조합은 조합원이 500여 명으로 늘었고 연 매출 5억~6억 원, 순이익 약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법인으로 자리 잡았다.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지난 5월 도와 공사의 '제주와의 약속' 파트너스 2기에 '김녕 런케이션'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MG희망나눔 청년로컬 지원사업'에 도내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녀 문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대표적으로 '금능 해녀블루스'는 해녀 공동체 문화를 몸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갯닦이 체험 등을 통해 해녀들이 바다를 가꾸고 돌보며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또 해녀 밥상,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로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의 방식을 경험하도록 구성한 점이 금능만의 특별함이다.
유용예 해녀는 "우리가 함께 지키지 않으면 해녀의 미래는 없다"며 "앞으로의 10년에 공동체의 힘을 다시 세우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곳곳에서는 제주 해녀 문화를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오는 10~11월 두 달간 '2026 제주해녀문화주간: 바닷말싸미'가 열린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이 행사는 세화, 김녕, 금능, 법환 등 4개 해녀마을이 참여한다.
'바다의 말과 맛을 들려주노라'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을 오가며 해녀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해녀들이 바다와 함께 살아온 방식을 배우는 자리다.
제주도는 제주 해녀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초기 정착금과 어촌계 가입비 지원, 멘토링 사업으로 신규 해녀의 첫 진입 부담을 덜고, 내년부터 해녀문화 가치 확산을 위한 국제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고승원 작가의 말을 인용해 "세계가 인정한 지난 10년이 '문을 여는 시간'이었다면, 다음 10년은 그 안에서 해녀가 바다에 오래 살아갈 조건을 채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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