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해녀 이야기]①어획물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던 '상어'

최남단 마라도 그물과 낫으로 상어잡는 방법 전승

편집자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올해로 10년이다.'뉴스1 제주본부'는 2차례에 걸쳐 다양한 기록과 증언 속에 남은 이색적인 해녀 이야기를 찾아 그들의 삶과 바다를 새롭게 들여다본다.

2024년제주 해상에서 포획된 무태상어(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최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이 3~4m의 무태상어가 나타나 연일 화제다.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이 무태상어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이 몰려 주변 상권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제주에서도 상어 출몰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낯선 일도 아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3~2024년 제주 앞바다에서 상어가 출몰·포획됐다는 신고가 각각 4건, 7건 접수됐다.

더 이전에는 2011년 8월 우도 서빈백사에서 청새리상어가 발견됐고 8년 만인 2019년 7월엔 100여 명이 물놀이 중이던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 1~2m 크기의 상어가 나타나 2시간 동안 물놀이가 금지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서귀포 문섬 인근 해상에서 폐그물에 걸린 귀상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2023년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상어 사체(서귀포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제주 해녀들에게 상어는 과거부터 두려운 존재이지만 중요한 어획물이기도 했다. 해녀가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상어를 잡는 기술까지 전승됐을 정도다.

'2019년 한국무형유산종합조사'에 따르면 조선왕조 영조 41년 '증보 탐라지'에 "제주도 상어는 큰 것과 작은 것 두 종류가 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제주에서 상어의 역사는 오래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와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우도면 등에는 상어 산란장이 있었다.

특히 최남단 서귀포 대정읍 마라도는 상어잡이 전승이 내려오는 지역이다.

마라도 상어잡이는 어부가 그물로 잡는 방식과 해녀가 '거낫'으로 잡는 방식으로 나뉘어 전해져 왔다.

마라도에서는 '비께'로 불리는 두툽상어와 '도롱이'로 불린 괭이상어를 잡았다.

상어가 물속 바위 그늘이나 바다풀 속에 몸을 숨기면 그물로 잡기 어려워져 해녀들이 직접 거낫(굵은 쇠막대를 구부려 만든 도구)을 들고 잠수해서 잡았다.

마라도에서는 음력 5월을 전후해 먼바다의 상어가 해변 가까운 바위 그늘인 '엉덕'으로 몰려들었다. 상어가 이곳에 모이는 현상을 '맛비께'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해녀들이 여전사처럼 상어와 매번 맞서 싸운 건 아니다. 당연히 상어에 대한 공포심도 컸다.

올해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귀상어 사체(김병엽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마라도 남쪽 물속에는 '춘심이아방여'라 불리는 갯밭이 있었는데 전복이 매우 많았지만 해녀들은 가기를 꺼렸다고 한다. 조류도 거칠고 식인상어가 산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무형유산종합조사'에는 30대 해녀가 '춘심이아방여'에서 '서우'라 불리는 식인상어를 마주쳤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 해녀가 물질하다 식인상어를 마주치자 동료들에게 "모여라"고 외쳤다. 해녀들은 재빨리 수면 위로 올라와 서로 몸을 붙이고 손으로 물 바닥을 때려 상어를 몰아냈다는 전승이다. 몸집이 큰 생물인 것처럼 상어를 속여 내쫓은 해녀들의 지혜였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