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늘었는데 지갑은 닫혔다…제주 관광업계 '울상'

중국인 가장 많지만 1인 소비는 '최저'
개별여행객 늘며 소비 방식도 달려져

제주국제공항을 찾은 관광객들. (뉴스1 DB) ⓒ 뉴스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올 추석 연휴 제주에는 약 22만 9000명이 입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선 항공편을 통해 일본, 중국, 대만 등 6개국(20개 노선)에서 2만 8900명이 들어올 전망이다. 전년 대비 56.7%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으나 제주 관광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주 관광시장을 견인한 내국인 관광객 수는 줄고, 외국인 여행객의 소비 방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숫자만으로 제주 관광시장의 회복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발길 늘었는데 소비 예전 같지 않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우산을 쓴 관광객들이 파도가 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26.8.9 ⓒ 뉴스1 강승남 기자

26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이달 22일 기준 1017만 4610명(잠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192만 1008명)은 14.1% 증가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825만 3602명으로 증가율이 0.9%에 그쳤다.

최근 몇 달간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5월 7.2% 감소를 시작으로 6월(-11.5%), 7월(-5.2%), 8월(-2.5%) 모두 고전했다. 9월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내국인 관광객이 12.9% 줄며 전체 관광객 감소로 이어졌다.

항공 공급 좌석 감소와 유류세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4~7월 제주노선 국내선 공급석은 전년 동기보다 58만 8528석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내국인 감소를 외국인이 메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발길은 늘었는데 소비는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관광공사의 2025년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 경비는 919달러로 조사됐다. 2018년 1339달러와 비교하면 31.4%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무엇보다 한때 '큰손'으로 불렸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이 닫혔다.

올해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은 약 79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65.5%를 차지했고 소비액도 86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1인당 소비는 주요 9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빅데이터플랫폼의 국가별 외국인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약 11만 원에 불과했다.

미국은 약 14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싱가포르가 102만 원으로 뒤를 이었고 태국 46만 원, 홍콩 37만 원, 대만 32만 원, 일본 29만 원 등이었다.

개별여행객이 바꾼 소비 지도
제주국제공항. (뉴스1 DB) ⓒ 뉴스1 오미란 기자

소비 규모뿐 아니라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개별여행객 비중은 지난해 기준 91.9%까지 높아졌다.

개별여행객이 늘면서 쇼핑 장소도 달라졌다. 과거 아침 일찍 시내 면세점 앞에서 줄을 길게 늘어서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시내에서 다이소나 올리브영 등의 쇼핑백을 든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의 시내 상점가 쇼핑 경험률은 72.4%로 가장 높았다. 주요 쇼핑 품목은 간식류, 향수·화장품, 패션잡화 등이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함덕해수욕장 일대에서의 외국인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하기도 했다.

제주 관광시장의 변화는 관광객 숫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와 유관기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올해 관광객 유형 다변화에 대응해 수요 맞춤형 현장 중심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임혜주 제주도의원은 지난 1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관문 확대보다 체류와 소비를 늘리는 것"이라며 "제주도의 인센티브 정책 등은 관광객 수에 집중돼 있다. 관광객들의 소비를 도내 소상공인 상생과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