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공 농업용 지하수 요금 부과한다더니 정작 혈세로 납부
공공 관정 월평균 사용량 960만 톤, 사설 관정의 13배 이상
전체사용량 3년새 13.8% 늘어 무분별한 사용 억제 취지 무색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2024년 7월부터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도 원수대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정작 요금은 도민 혈세로 납부하고 있다.
이용자 부담 원칙을 강화해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을 막고 빗물 등 대체 수자원 활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육지와 달리 저수지가 발달하기 어려운 지질 구조인 탓에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이 가정용 등에 비해 낮고, 공공용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일부 농가의 무분별한 사용이 지하수 고갈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제주도는 2022년 6월 '제주도 지하수 관리조례'를 개정했다.
사설 농업용 지하수는 기존 관로 굵기(관경)를 기준으로 월 5000원에서 4만 원을 정액 부과하던 방식에서 실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에 무료(100% 감면)였던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도 요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7월부터 바뀐 요금체계를 적용했다. 그러나 공공 농업용 지하수를 사용하는 농민들은 여전히 직접 요금을 내지 않는다.
제주도는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은 자에게 원수대금을 부과한다. 사설 지하수 관정은 사용자와 개발·이용 허가를 받은 자가 일치하지만, 공공 관정은 제주도와 양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농민들을 위해 개발·이용 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공공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부과액은 제주시 4억 3000만 원, 서귀포시 3억 4000만 원이다.
농업용 지하수 관정 수는 사설 2134개, 공공 904개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 지하수 사용량은 공공 관정이 960만 톤, 사설 관정이 72만 톤이다. 공공 관정 사용량이 사설보다 13배 이상 많다.
전체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월평균 1032만 톤)의 93%가 공공용이다.
공공 관정을 이용하는 농민들에게 원수대금을 부과하려면 계량기가 필요하지만, 아직 농가별로 설치되지 않았다.
결국 제주도가 공공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을 행정시에 부과하고, 행정시는 이를 도민 세금으로 납부하는 이른바 '셀프 부과·징수'가 이어지는 사이 전체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은 2022년 월평균 907만 톤에서 지난해 1032만 톤으로 125만 톤(13.8%) 늘었다.
제주도 농정부서는 2027년 제주시 구좌읍에서 공공 농업용 지하수 계량기 설치를 위한 시범조사를 실시하고, 2030년부터 농가별 계량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농가별 계량기 설치가 완료되면 지하수 관리조례를 개정해 공공 농업용 지하수 관정을 이용하는 농가에 직접 원수대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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