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경장, 결국 일 힘들어 범행?…단순 업무태만이라기엔 '치밀'

범행 탄로날 것 두려워 종결 사유 허위 기재
실종자 신변 위험 가능성 높았는데도 '방치'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1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9.1 ⓒ 뉴스1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에서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부 모 경장(34)의 범행동기를 경찰이 '업무태만'으로 결론지었다.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부 경장 범행의 고의성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부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미종결 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사건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 종결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분석한 결과,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대한 피로감 속 업무태만적 동기가 주된 범행 배경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법령센터에 제시된 대법원 판례(1983.1.18)에 따르면 직무유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는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과 객관적으로는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직무집행에 관해 태만, 분망(바쁨), 착각 등 일신상 또는 객관적 사정으로 어떤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회피적 대처와 무책임한 태도가 결합해 허위 종결 범행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 경장은 과중한 업무에 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만 보기에는 범행이 치밀하고 실종자의 신변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 경장은 허위 종결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종결 사유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입력해 관리목록에서 30대 여성 장 모 씨(37) 이름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 경장은 지난 7월 2일 야간 당직 시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에 60대 남성 A 씨의 실종사건 종결 사유를 '소재파악'으로 기재했다.

관리목록에서 A 씨의 이름을 삭제할 경우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1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2026.9.1 ⓒ 뉴스1 강승남 기자

특히 장 씨는 2차 신고 당시 1차 신고 이후에도 두 달 넘게 연락이 되지 않고 전화기까지 꺼져 있었지만 부 경장은 거짓말을 이어갔다.

A 씨는 가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실종됐다.

이들의 실종 신고 당시에는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부 경장은 경찰로서 실종자 신변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이 있었으나 적극적인 수색없이 허위종결로 마무리했다.

특히 부 경장은 A 씨처럼 실종신고를 받고도 연락없이 허위종결한 사례가 10건 이상이고 장 씨처럼 확인 없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사망'으로 기재해 삭제한 사례도 더 있는 것으로 전해져 범행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의혹이 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