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자는 사람을…" 성폭행 부인한 전 남친, 범행 직후엔 "미안해"
[사건의 재구성] 전 연인 준강간 등 혐의 남성, 징역형
이별 후 돈 빌리고 성범죄까지…법정선 혐의 부인도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그날 함께 집에 있던 것은 맞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
전 연인을 상대로 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 30대 A 씨는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범행 직후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달랐다. 녹음 파일에는 "미안해"라며 사과하는 A 씨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상황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아파서 자고 있는 사람을…"이라며 따져 묻자 A 씨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A 씨는 "피해자의 화를 달래기 위해 사실과 관계없이 사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간'과 '신고'를 거듭 언급하는 상황에서 계속 사과만 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약 5년간 교제하며 동거까지 했던 연인 사이에서 비롯됐다. 연인 관계는 끝났지만 금전 문제가 얽히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쉽게 정리되지 못했다.
2021년 6월 A 씨는 임대보증금이 부족하다며 전 연인에게 75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임대차 계약을 제3자 명의로 체결해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다. 이미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고 있던 A 씨는 돈을 받은 다음 날 계약 명의를 자신의 이름으로 변경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금전문제를 넘어 성범죄로까지 이어졌다.
2022년 3월 A 씨는 집에서 대화를 나누던 피해자가 잠이 들자 범행을 저질렀다. 대상포진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피해자는 깊이 잠든 상태였고, 제대로 저항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년여 뒤 가전제품 처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시 만난 자리에서 A 씨는 또다시 피해자에게 달려들었다. 피해자는 온몸으로 버티며 저항했고, 결국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역시 녹음 파일에 남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저항이 없었다면 강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헤어진 뒤에도 A 씨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교제 당시 알게 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피해자의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과 내비게이션 계정에 무단 로그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녹음 파일 등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한다며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성범죄를 끝까지 부인한 점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에게 피해 회복 노력 등의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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