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진보 교육감 시대, 제주도민은 안정보다 변화 택했다

고의숙, '일 잘하는 청렴 교육감' 내세워 선거 내내 현역 맹공
'제주 최초 선출직 女 교육감' 새 인물 내세워…진보층도 결집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의숙 후보(56)가 3일 밤 제주시 삼도1동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확실시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후보(56)의 당선은 제주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는 재선 도전에 나선 현역 김광수 후보와 이에 맞서는 고 당선인이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로 치러졌다. 여기에 송문석 후보(62)가 가세하기는 했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고 당선인을 중심으로 점차 표심이 결집했다.

고 당선인의 가장 큰 승리 요인으로는 기존 교육행정에 대한 견제 심리가 꼽힌다.

김 후보의 경우 선거기간 내내 '검증된 일 잘하는 교육감'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해 온 교육 정책을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한 반면, 고 당선인은 '일 잘하는 청렴 교육감'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지난 4년간의 교육행정을 정면으로 비판해 왔다.

고 당선인은 특히 수능 점수 하락, 학생 안전사고 전국 1위, 제주도교육청 청렴도 하락, 제주도교육청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하락, 제주도교육청 기금 약 40% 급감을 문제 삼으며 "지난 4년 제주교육은 대전환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참담하게 후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고 당선인이 김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다 끝내 승기를 잡은 것은 결국 기초학력 강화와 학교 현장 안정이라는 기존 의제만으로는 교육 불평등, 교권, 학생 인권, 미래 교육, 학교 민주주의 등 복합적인 과제를 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유권자들에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출정식을 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오미란 기자

이뿐 아니라 평교사부터 교육전문직, 교장,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을 두루 거친 젊은 교육 전문가, 제주 최초의 선출직 여성 교육감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지역 선거판을 크게 환기시켰다.

여기에 제주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제주 민주·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로 고 당선인을 추대하는 등 강하게 결집한 지지층도 큰 힘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고 당선인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에서 사무처장과 정책실장을 역임하는 등 해당 진영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기반을 다져 왔다.

선거 막판 접전 구도도 고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후보와의 오차범위 내 초접전에서 비롯된 '해 볼 만한 선거'라는 인식이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진 분위기다.

실제 뉴스1 제주본부 등 제주 언론 4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추이를 보면 1·2차 조사에서 김 후보를 점점 맹추격하던 고 당선인은 마지막 3차 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이지만 끝내 김 후보를 꺾고 1위에 올라 지역사회를 놀라게 했다.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하고 있는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후보. 2026.5.18 ⓒ 뉴스1 오미란 기자

종합해 보면 고 당선인의 승리는 단순한 교육감 교체를 넘어 제주교육 방향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유권자들은 안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할 새 리더십을 선택했다. 그렇게 다시 4년 만에 제주에서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리게 됐다.

다만 과제도 만만찮다.

고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교육격차 해소, 학교 민주주의 강화,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 미래교육 내실화, 돌봄과 교육복지 확대를 실제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 현직 교육감을 꺾은 만큼 기대도 크지만 검증의 시간도 곧바로 시작된다.

고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도민 여러분께서 만들어주신 기적이 제주교육의 새날을 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시대, 아이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 교실을 향하는 교육정책,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