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재심 법정 다룬 생생한 증언시"…허영선 시집 2권 출간

'법 아닌 법 앞에서'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허영선 시인의 새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 : 4·3 법정 일기'와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도서출판 마음의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죄 없이 죄가 된, 법 아닌 법 앞의 사람들모욕도 수치도 속수무책법 아닌 법 앞에서눈도 입도 다물던 사람들, 이제 한번묻습니다 법 앞에서거기 꽃 피었습니까여기 꽃 피젠 헴수다(여기 꽃 피려 합니다의 제주어)- '법 앞에서' 중에서

4·3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법정'과 '삶의 현장'이라는 두 축으로 재구성한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허영선 시인의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 : 4·3 법정 일기'와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이다.

31일 도서출판 마음의숲에 따르면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 : 4·3 법정 일기'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하거나 행방불명된 이들이 재심을 통해 존엄을 회복하던 역사적 순감을 담고 있다.

허 시인은 재심 법정에 흐르던 생존자들과 유족들의 피 맺힌 증언, 또 그들이 평생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 왔던 말들을 시로 벼려냈다.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은 4·3이라는 모진 세월을 견뎌낸 존재들의 내면과 생명력을 응시하는 삶의 기록이다. 허 시인은 이들의 삶을 '비극'이라는 단어에 가두기보다 '한 숟갈 먹으면 살아지려나'라고 묻는 생존의 절박함을 이 시집에 담아냈다.

제주지방법원 4·3 재심 전담 재판부 초대 재판장을 지낸 장찬수 부장판사는 두 시집을 향해 "처음으로 4·3 법정을 시로 다룬 생생한 증언시이자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내놓은 빛의 문장"이라며 "법정이 시가 됐고, 시가 역사가 됐다. 이는 미래를 위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시종 시인도 "도민의 목숨까지 반공이라는 논리로 짓밟고, 총기 사격의 불길로 불태워진 향토의 원통함을 허영선은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이어지는 낭독의 진동으로 계승하고 있다"며 "이 시집은 4·3에 대한 끝나지 않는 기억, 이것을 계승하는 자를 겸허히 만들고 만다"고 평했다.

허 시인은 에필로그에서 "4·3은 인간의 모든 감정 결정체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의 그날은 그런 모든 감정이 뒤섞이는 날"이라며 "법 아닌 법 앞의 사람들은 먼 곳에서 호명되고 기억되기를, 부당하게 죽은 봄이 다시 살아 돌아오기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허 시인은 1980년 '심상'으로 등단해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과 '뿌리의 노래', '해녀들', 산문집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역사서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등을 냈다. 제민일보 편집부국장과 제주민예총 회장, 제주4·3평화재단 이사, 제주4·3연구소장 등도 지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