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이스피싱 당할 줄은…"50대 직장인 1억2500만원 피해
택배기사·검찰·금감원 등으로 속이며 대출 유도
피해자 전화에 악성앱 설치해 사실 확인 막아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이제는 경찰에서 전화가 와도 (진짜 경찰인지) 믿지 못할 정도입니다."
제주에서 50대 직장인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뜯기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겪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털어놨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전 "카드 발급을 신청한 적이 있느냐"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 전화 한 통이 비극의 시작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을 택배기사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명의도용이 의심된다며 카드사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A씨는 카드 회사직원과의 통화에서 계좌 개설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에는 악성앱이 설치됐다.
이 악성앱은 A씨가 검찰 등 실제 기관에 연락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전화가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였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으로 신분을 속이며 두차례에 걸쳐 A씨가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다.
은행 내부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기 범죄가 발생했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는 명분이었다.
사기꾼 일당은 A씨에게 수사 기밀을 유지하라는 자필각서를 쓰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A씨는 1억25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대출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냈다.
A씨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또 있었다.
자신과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실제 존재하는 검사와 금감원 직원이었다.
A씨가 해당 기관에 전화를 하면 악성앱 탓에 '진짜 기관'인 척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됐다. 심지어 A씨가 전화를 건 번호는 금융감독원 콜센터인 '1332'번이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을 깨달은 A씨는 최근에야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남 얘기인 줄 알았던 보이스피싱에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다"며 "이런 수법에 당하는 피해자가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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