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장례 이틀 만에 새벽배송…"더 쉬고 싶다"던 30대 가장의 마지막
야간 12시간씩 근무…1년여 만에 20㎏ 빠진 고강도 노동
2013년 권익위 "특수근로종사자, 기본적 권익 보호도 못 받아"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에서 새벽배송 중 사망한 A 씨(30대·남)가 부친의 장례를 치른 지 이틀 만에 일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 씨는 지난 7일 장례식을 마치고 9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쿠팡1캠프로 출근했다. 가족에게는 "이틀 정도 쉬고 싶다"고 말했지만, 단 하루 휴식을 한 그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10일 새벽 발생한 해당 사고를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고로 쿠팡의 새벽배송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A 씨는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주 6일씩 일을 하며 하루 12시간씩 400여 건의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당 72시간 근무를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A 씨는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을 적용받지 못했다.
A 씨는 쿠팡 또는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처럼 대리점(칸 로지스틱스)과 계약 관계인 쿠팡 기사들은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로 분류된다. 쿠팡은 A 씨와 같은 종사자들을 '퀵플렉서'라 부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월 고용노동부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한 근로기준 마련을 권고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특례 규정이 마련됐다.
당시 권익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와 유사한 노동력을 제공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사업자'가 되어 제3자에 의한 위탁계약 등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고용불안정 문제가 심각하고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근로 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어 자·타의로 장시간 또는 불규칙 근무를 하게 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미 12년 전 문제가 지적됐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도,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쿠팡 기사들이 배송 단가(수수료)에 휘둘리고 새벽배송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노동계는 "쿠팡의 배송 물량이 늘고 있지만 단가는 2023년 1200원대에서 2년 만에 800~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종사자들이 무리한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쿠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퀵플렉서) 67.7%는 '배송물량이 증가했다'고 했지만 '수입이 증가'한 경우는 20%에 그쳤다. 오히려 30.5%는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근무하는 새벽배송 기사들은 밤새 쉼 없이 물품 분류와 배송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고인이 된 A 씨는 지난 1년여간 이런 노동을 하며체중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종사자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다. 단가 인하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기존 수입이 유지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2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이윤과 소비자의 편의가 노동자의 수면권, 건강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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