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도 고배…제주 제2공항 갈등 10년, 성산 표심 돌아보니

드론으로 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2024.9.5/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드론으로 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2024.9.5/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서귀포시 성산읍은 제주도 동쪽 끝자락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면적은 107㎢로, 서울 여의도(2.95㎢)의 36배쯤 된다. 지형적 특성상 농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자연 경관이 빼어나 주민 대다수가 농수산업과 관광산업에 몸담고 있다. 다만 지난달 말 기준 총 인구수 1만4685명의 43%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돼 있다.

한적하고 평화롭던 이 마을에 격랑이 몰아치기 시작한 건 2015년 11월10일부터다.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깜짝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성산읍은 안타깝게도 이후 극심한 혼란기를 보냈다. 마을 안팎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지도 어느덧 10년이다.

그간 주민들의 표심은 어땠을까.

최근 10년간 전국 단위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제주에서 성산읍 만큼은 짙은 보수색을 보였다. 총 8차례의 선거 중 무려 7차례의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을 정도다.

선거별로 보면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강지용 새누리당 후보(55.34%)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36.68%)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55.62%)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강경필 미래통합당 후보(52.80%)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54.01%)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허향진 국민의힘 후보(49.84%)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고기철 국민의힘 후보(57.86%) △올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때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8.02%)가 성산읍에서 각각 승기를 잡았다.

해당 후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공약했다는 점이다.

일례를 들면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올해 대선 당시 사업 관련 별다른 공약이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제주 전체 평균 19.98%포인트(p)나 높은 54.76%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제주에서 유일하게 성산읍에서는 상대보다 3.27%p 낮은 44.75%의 득표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상대였던 김문수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사업 예정지 주변도 스마트 팜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업이 여느 때와 달리 비교적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지난해 9월 기본계획을 고시한 이후 환경영향평가 대행 용역, 건설공사 기본설계 용역, 도민이익·상생발전 기본계획 보완 용역,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이 차례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지난 8월에는 지방 항공관문 확대 차원에서 제주 제2공항을 포함한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까지 발표되기도 했다.

사업 예정지가 발표된 지 꼭 10년이 되는 이날부터 제주에서는 정치권 등 각계의 입장 발표가 예정돼 있다. 반대 단체들은 차량시위, 결의대회 등 집중 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재선 도전이 유력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경우 12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도의회 도정질문 과정에서 갈등 해소 방안, 반대 단체 요구사항인 용역 중단·주민투표 실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