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내 멘토라고?" 갸웃했던 소상공인들 활짝 웃었다

[디지털 시대, 소상공인이 사는법]②
"학생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든든한 직원 생긴 기분"

편집자주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과 마케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5차례에 걸쳐 디지털 전환에 도전한 상인들과 행정당국의 지원 정책 등을 소개한다.

박란희 '삼십육점오일도' 대표와 대학생 튜터 이효정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처음에는 어린 학생이 온다고 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치 일 잘하는 든든한 직원이 생긴 것 같아요."

제주 친환경 화장품 기업 '삼십육점오일도'의 박란희 대표(42)가 웃으며 말했다.

'대학생튜터가 찾아가는 2025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주대·제주관광대·제주한라대 RISE 사업단과 ㈜카카오가 손잡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생 튜터는 디지털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가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학생들은 먼저 카카오톡 채널 활용 온라인 마케팅, 먹깨비·톡딜 활용법 등을 교육받아 '디지털 전환 대학생 튜터'가 된다. 이후 현장에 투입돼 6주간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판로 확장 방법을 멘토링한다.

지난해 문을 연 '삼십육점오일도'는 제주 청정 자원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환경뿐만 아니라 한부모미혼 여성 가장 참여, 노인 생산자 고용, 장애인 기업 인증 등을 도입하는 등 ESG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심 찬 시작과 달리 40대 초반인 박 대표에게도 온라인 홍보와 마케팅은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박 대표는 "SNS를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요즘 기업 홍보에 영상과 사진이 필수인데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당하려니 시작점조차 잡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런 박 대표 앞에 제주대학교 사학과 1학년 이효정 씨(21)가 나타났다.

박 대표는 "겨우 스무 살 학생이 회사 전체의 방향까지 제시해 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교과서적 지식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회사 문제를 자기 일처럼 고민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박란희 '삼십육점오일도' 대표와 대학생 튜터 이효정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이 씨는 디지털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박 대표는 평가했다.

기업 제품 디자인 고민을 포착한 그는 대학교 창업 동아리와 연결해 주고, 친환경 포장 문제는 직접 관련 부서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신뢰를 쌓았다.

이 씨는 "디지털 격차가 곧 사업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저희 세대가 가진 디지털 감각으로 그 벽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었다"고 대학생 튜터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과점 '달오름'의 서유현 대표(49) 역시 튜터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SNS 콘텐츠 제작이 늘 고민이었는데, 튜터가 약점을 정확히 짚어주며 온라인 쇼핑몰 구축부터 홍보용 포스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사업 지속 여부로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튜터와의 만남 이후 새 활력을 얻어 이제는 2호점 오픈까지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튜터들도 기업 현장에서 값진 배움을 얻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씨는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건 책임감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는다"라며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놓지 않는 사장님들의 철학에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는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에겐 살아있는 현장 경험을, 소상공인에겐 디지털 역량 강화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세대 간 상생 모델"이라며 "첫해 성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지원 대상을 올해 100곳에서 15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