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게 준 힘은 자신감"…역전 드라마 꿈꾸는 디지털 사장님들

[디지털 시대, 소상공인이 사는법]①
"AI 마케팅 도입 후 월 매출 최대 40% 상승"

편집자주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과 마케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5차례에 걸쳐 디지털 전환에 도전한 상인들과 행정당국의 지원 정책 등을 소개한다.

의류매장 '버디'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과 모델을 AI로 합성한 이미지(버디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AI와 디지털을 만난 뒤 새로움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에서 26년째 보세 의류매장 '버디'를 운영하는 이승연 대표(56)는 이렇게 말했다.

20대부터 패션업계에서 일하며 전국을 돌아다닌 이승연 대표는 1999년 서귀포시에 자신만의 옷 가게를 차렸다. 3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이 대표는 "패션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단골들과 깊은 온기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을 '버디'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 대표에게 AI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자신의 미래를 또 한번 꿈꾸고 성장하게 해준 디딤돌이 됐다.

여고생 때부터 단골로 다닌 손님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연을 맺어온 고객층을 자랑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은 늘 막막한 영역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올리거나 전문 홍보업체에 맡기는 수준이었지만, 비용 부담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제가 직접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었는데 AI를 활용하면서부터는 제작물의 질도 높아지고 제작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받고 AI 활용법을 익히면서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이 대표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디지털이 좋다는 걸 알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처럼 자본력이나 기술력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AI 도움을 받아 광고를 제작하고 홍보할 수 있다는 걸 배우니 뭔가 잘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앞으로 제 이름을 건 의류 브랜드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가게 홈페이지를 살피는 봉덕의 이충헌 대표/뉴스1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 인근에서 식당 '봉덕'을 운영하는 이충헌 대표도 같은 변화를 체감했다.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던 모습을 보고 자란 그는 2022년 밥집이 드문 월정리에 접착뼈국과 고사리 육개장을 파는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대행업체에 마케팅을 맡겼지만 비용 부담이 컸고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월정리 맛집을 검색하면 우리 식당이 노출되지만, 네이버 플레이스로 유입되는 숫자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이 대표는 제주도의 소상공인 맞춤형 패키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스마트스토어,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반 마케팅을 도입했고, 특히 AI를 활용한 마케팅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AI에 어떻게 질문하고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더라"며 "단순히 홍보 방법을 묻는 게 아니라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야 더 좋은 답을 얻는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마케팅을 배우고 실행하면서 성수기 월 매출을 전년 대비 최대 40% 이상 끌어올렸다.

그는 "깨끗한 가게, 인테리어,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장점과 특징을 정확하게 알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은 결국 마케팅에 있다"며 "교육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참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제주도의 소상공인 맞춤형 패키지는 창업 3년 이상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과 정착을 목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홈페이지 제작, 쇼핑몰 구축뿐만 아니라 홍보용 사진·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키오스크 구매 등 디지털 환경 구축 비용도 일부 지원한다.

올해 3~6월 모집에서는 42개 업체(제주시 30곳, 서귀포시 12곳)가 선정됐다.

제주도는 "디지털 전환 비용 부담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