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무산 '기초단체' 골몰하는 제주도…"행정부담 가중"

행감·예산 편성 앞두고 '업무 매뉴얼 작성' 공문 시행
이남근 "이 시기에 굳이?"…도 "경중 고려하도록 조치"

이남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20일 제443회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7월 도입 계획이 최종 무산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문제에 골몰하면서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남근 도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20일 제443회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가 지난달 말 시행한 '기초자치단체 설치 준비를 위한 업무 이관 매뉴얼 작성 요청' 공문을 문제 삼았다.

오영훈 도지사와 진명기 행정부지사의 지시에 따라 시행된 해당 공문은 오는 24일까지 모든 부서에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세부 실행 과제와 기초자치단체 이관 사무에 대한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는 실무자가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직능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세부적이고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담겨 있다.

도는 해당 공문에서 "'지역 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지원'이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가시화됐다"며 "국정과제의 성공적 이행과 기초자치단체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더욱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도에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가시화 됐다고 하는데, 지금 제주 안에서도 기초자치단체를 2개로 할 것인지, 3개로 할 것인지 아직 해결이 안 된 상태"라며 "당장 내년 7월까지는 도입이 안 되는데, 업무 매뉴얼 작성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특히 지금은 행정사무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11월까지는 내년 제주도의 모든 살림(예산)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 아니냐"면서 "지금 시점에서 이것이 행정 업무의 1순위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도 했다.

이에 강민철 도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장은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지적 사항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각 부서가 시기에 대한 경중 부분을 고려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도는 2006년 광역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불거진 도지사 권한 집중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7월 민선 9기 도정 출범에 맞춰 법인격과 자치입법·재정권이 없는 기존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 설치 개수에 대한 법안 상충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오 지사는 지난달 4일 최종 무산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오 지사는 관련 지원에 대한 부분이 새 정부 국정과제에 명시된 만큼 대통령 임기 안에는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