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4·3 왜곡 또 부각…국힘 제주 주자들 "어쩌나"

장동혁 '건국전쟁2' 관람 후폭풍…제주도, 규탄 회견
민주당 강세 제주서 국힘 중앙당 강경 노선 선거 영향은?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자료사진)/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8개월 앞두고 제주4·3이 또 한번 지역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제주에서는 '4·3표심'이라는 말이 있다. 4·3은 희생자 배보상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있지만 제주도민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현안이다.

당연히 4·3은 선거마다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 정치인들이 제주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4·3위패봉안실과 행방불명인 묘역이 있는 4·3평화공원이다.

국민의힘 제주도당과 소속 정치인들도 4·3만큼은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입장을 달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과 거리가 있는 중앙당 정치인들의 4·3 관련 발언으로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많다.

3년 전이 그랬다. 2023년 총선을 약 1년 남겨두고 당시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이 각각 "4·3은 광복절에 비해 격이 낮다", "4·3은 김일성의 지시"였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일부 정치인들의 일탈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당 대표가 직접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3을 극우적인 시각으로 다룬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한 것이다.

장 대표의 영화 관람 소식이 전해지자 그와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도내 정당과 4·3 관련 단체 등의 성명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12일에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장 대표를 비판했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김한규 민주당 도당 위원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장 대표와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도당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특히 이날 회견은 정치인 오영훈으로서 개인이 아니라 제주도 명의로 발표됐다. 즉 지자체 차원의 항의와 규탄이다.

도지사와 도의원 등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가뜩이나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제주에서 선거 치르기가 더 힘들어질까 속앓이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4·3 추념식은 지방선거 두 달 전이어서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이다.

국민의힘 도당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여야당, 4·3 관련 단체가 함께 영화를 관람해 논리적으로 평가하자고 맞섰다.

이같은 성명에 예전 같으면 중앙당에 자제 요청을 했을 도당 내에서도 중앙당의 강성 노선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가 읽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제주 국민의힘 주자들 입장에서는 도민 정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공천을 생각하면 중앙당의 강경 노선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