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집을 얻었지만 '1억 빚'…제주에 만든 '고양이도서관'
[민간동물보호시설 양성화의 그림자②]
[인터뷰] 김란영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장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지난 9월 중순 제주시에서 조성 추진 중이던 '고양이도서관'에 준공허가가 났다. 지난해 4월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개선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지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마라도 고양이를 포함, 구조묘와 구조견 등 약 80마리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러나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이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장 김란영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제주동물권행동 나우'의 대표이자 고양이도서관 사업을 주도했다.
준공된 고양이도서관에는 개와 고양이들이 속속 이사하고 있다. 동물들은 집을 얻었지만 김 위원장은 1억원이 넘는 개인부채를 갖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현실의 벽이 더 높다는 점이다. 모두의 기대로 시작된 고양이도서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란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고양이도서관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시작됐는지.
▶처음은 고양이 한 마리라도 살려보자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마라도에서 쫓겨난 고양이를 구조하게 됐는데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왔다. 고향을 잃은 동물의 마지막 안식처를 마련하려고 시작하게 됐다. 고양이도서관이 구조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 함께 힐링하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
-제주에선 첫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개선 지원사업 대상이었다. 지난해 시작했는데 준공이 늦어진 이유가 있을까.
▶부지 확보, 건물 공사 등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절차와 과정이었다. 비용 마련도 쉽지 않았지만 시설에 반대하는 민원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건물을 다 지어놓고도 자부담금 5000만원이 모자라 준공허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자부담금을 채워 허가를 받아냈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 절차가 남았지만 큰 산을 넘은 셈이다.
-돈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는데.
▶바자회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십시일반 8000만원을 모았는데 한계가 있더라. 사업 추진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사업비 3억6000만원 중 20%는 국비, 50%는 도비로 지원받았지만 융자 20%, 자부담 10% 조건이 있었다. 또 공개입찰을 해야 해서 공사비가 더 들어간 것도 있다. 결국 약 1억여 원의 빚이 생겼다. 융자지원도 5년 내 모두 갚아야 하는 빚이다.
-앞으로 걱정되는 문제도 많다고 들었다.
▶처음엔 고양이도서관에 갖추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한 부분이 많다. 솔직히 현재로선 창고나 다름없는 모습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각 동물들을 위한 울타리 경계와 야외쉼터, 견사 등 시설 보강을 하려고 한다. 시설 운영에도 사료비, 전기세 등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원금으론 부족한 현실이다. 준공은 했지만 더 부채를 감당해야 할 것 같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엄밀히 말하면 동물보호는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제도를 만든 만큼 민간시설의 공공성을 인정해야 한다. 조례 제정을 통한 지원방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 우리 단체는 개인 몇 명이 모든 걸 감당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각자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동시에 오히려 회비를 내며 봉사하고 있다. 다른 곳도 영세하긴 마찬가지다. 신고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과정이 정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부지 문제가 가장 크다. 공유지 장기 임대 등을 통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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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지역에선 한 해 약 4000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민간시설 신고제가 전면 확대 시행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신고제가 오히려 유기동물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