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크루즈 준모항 체제 '순항'…모항 꿈꾸며 노하우 쌓는다
2035년 신항만 건설 앞두고 5월부터 준모항 체제 가동
두 달 만에 1421명 이용…민관, 맞춤형 상품 개발 박차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올해로부터 10년 뒤, 2035년 제주에는 새로운 대형 항만이 건설된다.
'제주 신항만'으로 불리는 이 항만은 제주항 화물·여객선 혼재 문제와 대형 크루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로 2029년부터 제주시 삼도·건입·용담동 육·해상 일대에 건설될 예정이다.
총사업비 3조 827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크루즈 부두 규모다.
15만톤급 크루즈선 3척과 22만톤급 크루즈선 1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모항'으로 설계되고 있어서다. 모항은 전 세계 크루즈선들이 정기적으로 출발·도착하는 주요 항구를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 5월부터 크루즈 준모항 체제를 본격 가동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5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 있는 항만들은 모두 기항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 기항은 크루즈선이 잠시 들르는 항구를 말한다.
제주도가 시도하고 있는 준모항은 기항과 모항의 중간 형태다. 아직 모항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크루즈선들이 출발·도착할 수 있는 거점 항구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제주는 단순한 경유지에 지나지 않으면서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제주에서 곧바로 크루즈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준모항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제주도의 구상이었다.
시작은 성공적이다.
5월 1일부터 중국 국영선사인 아도라크루즈의 '아도라 매직 시티'호(13만 5000톤급)가 제주, 일본 후쿠오카, 중국 상해를 오가기 시작한 데 이어 이탈리아 국적의 코스타 크루즈 선사 소속 '코스타 세레나'호도 지난달 13일부터 같은 동선으로 시범 운항에 돌입한 상태다.
그렇게 두 달 남짓 제주 강정항에서 출발한 국내외 크루즈 관광객만 1421명(11항차)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21일에는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출항했다. 370명의 관광객이 해외로 향했는데 이 중 183명(49.4%)은 외국인이었다. 대부분 제주 출발 크루즈 관광을 위해 항공편으로 제주를 찾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이 기세를 이어 올 연말까지 총 3000명 규모의 준모항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크루즈 시장은 연평균 약 3.4% 수준으로 성장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 준모항에 대한 글로벌 선사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자 민관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먼저 준모항 여행사인 AT투어는 현재 30~40% 수준인 외국인 등 도외 탑승객 비율을 9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고덕윤 AT투어 대표이사는 "필리핀, 베트남 등 글로벌 고소득 관광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허니문, 수학여행, 마이스(MICE) 등 테마형 콘텐츠 결합 상품 판매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1박 관광을 유도하고, 지역·해외 연계 상품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도도 크루즈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형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해녀 문화 체험, 전통시장 투어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한 테마형 크루즈 관광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크루즈 준모항 국민 체험단'을 운영해 연말까지 개선 방안도 찾는다.
특히 도는 준모항 운영 확대에 대비해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관련 인력과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CIQ 서귀포출장소 신설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대학교와 함께 크루즈 관광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제주대 관광경영학과에 '해양 크루즈 관광사업론'이라는 교과목을 개설하는 동시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크루즈 전문가 특강, 승선 투어 등도 진행 중이다.
강승오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11일 열린 제1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2035년에 제주 신항만이 건설되면 모항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앞으로 10년간 모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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