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양산' 쓴 수박들…'초기 가뭄'에 제주 농가 비상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른 9일 제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수박마을로 알려진 이곳의 한 밭에는 수박들이 신문지로 감싸져 있었다. 골목을 돌아 만난 다른 밭 풍경도 비슷했다. 길게 늘어진 줄기에 매달린 수박들은 마치 양산을 쓴 듯 신문지를 덮고 있었다.
이른 장마가 7월이 되기 전에 끝나고 연일 폭염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박 농가들이 과실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방편을 취한 것이다. 수확도 하기 전에 뜨거운 뙤약볕으로 '일소과'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소과는 강한 태양광선을 받은 수박의 표면이 회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상품으로 팔 수 없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북부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약한 가뭄(관심 단계)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여름철 장마 후 봄철 가뭄이 해소됐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제주지역 6월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68.9%(145.2㎜)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토양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제주도 토양수분 관측 결과 와산 등 일부지역에서 '조금 부족'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수박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들도 비상이다.
서귀포에서 감귤 농사를 하는 A 씨(60대)는 "가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대비하려는 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저장용 물통에 물을 채우려고 했는데 물이 졸졸 나오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고온과 열대야, 가뭄 등으로 인해 올해 노지 온주밀감과 시설 만감류의 생리낙과가 평년보다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3년 평균보다 낙과율이 4%포인트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당근 등 농작물 조기 파종 자제 및 적기 파종 지도, 제주시 동부 지역 가뭄에 대비한 관정 개방, 민관 보유 물탱크 및 송수 호스 설치·대여 지원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제주도 일부 지역에 비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가뭄까지 해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10일 아침까지 한라산 일부지역에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 예상 강수량은 5~40㎜(많은 곳 60㎜ 이상)이다.
gw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