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직접 겪으니…응급차량, 내 가족이란 마음으로 봐주길"
양유덕 씨, 심폐소생술로 "새로운 삶 얻어"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으로 신속 이송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싸이렌 소리가 들리면 내 가족이 타고 있다는 마음으로 '정말 급한 상황이구나' 생각해 배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양유덕 씨(33)는 지난해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양 씨는 지난해 12월15일을 잊지 못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 야구 경기를 하다가 심정지로 쓰러진 날이기 때문이다.
양 씨는 3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달리다가 하늘이 노래지면서 쓰러진 기억 뿐이라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난다"며 "당시 저를 살려주기 위해 애써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해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양 씨는 당일 새벽 숨 쉬기가 힘들어 잠에서 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오전 운동 후 나선 오후 경기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양 씨가 쓰러진 후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쓰러진 순간부터 4~5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 처치가 없으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함께 운동을 하며 "가슴이 답답하다"는 양 씨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던 간호사 이 모씨(41)가 바로 달려와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그 사이 신고를 접수한 119구급대가 출동했다. 약 7㎞ 거리에 있는 소방서에서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약 9분.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양 씨는 심실 세동 상태로 매우 심각한 응급 상황이었다.
구급대원들은 CPR과 동시에 제세동기를 사용해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발 빠른 대처에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 양 씨는 구급차를 타고 약 33㎞ 떨어진 제주대학교병원까지 이송됐다. 이 때 구급차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덕분에 읍면지역에서 제주시내까지 쉬지 않고 달려 약 29분 만인 오후 4시24분쯤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은 긴급차량 접근시 전방 신호기 5개를 자동으로 제어, 교차로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양 씨는 "당시 응급처치로 갈비뼈가 모두 부러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구급차가 쉬지 않고 달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평소에도 응급차량을 보면 빨리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고 나니 더 신경쓰이고 배려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후 양 씨는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당시 신혼생활 한달차였던 그는 "심근경색은 요즘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지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배우자와 함께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년간 지켜봐야 한다고 해서 건강관리를 하며 정기검진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의 양준환 소방장은 "제주에는 생각보다 교차로가 많이 있는데 응급차량이 지날 때마다 교통사고 위험과 환자 이송 지연 등의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심정지 환자의 경우 1분 늦어질 때마다 일상생활 회복의 정도도 크게 달라진다"며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도입 후 촉각을 다루는 상황에서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일반 시민 차량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통제를 받는 지주지역 신호기는 지난해 기준 1119개로 확대됐으며, 도내 모든 소방 차량(154대)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하루 평균 22건(총 8047건)의 긴급 이송이 이뤄졌다. 긴급차량의 1㎞ 이동시간은 전년 대비 14.53초(16.52%) 단축됐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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