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서 수억 탕진하자 환전상 '유인 살해' 현금·칩 훔친 중국인들

제주 특급호텔 살인사건 중국인 일당 법정에
주범 "처음부터 계획하진 않아"…공범 "강도살인 몰랐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의 한 특급호텔에서 환전을 빙자해 환전상을 유인해 살해하고 현금과 카지노칩을 훔친 중국인 일당등이 법정에 섰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26일 제주 특급호텔 강도살인 사건의 주범 A 씨(30대·여)와 공범 B씨(40대·여), C씨(30대)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A 씨는 강도살인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공범 B 씨와 C 씨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만 구속 기소됐지만 수사기관에서 강도살인 공동정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기소 여지가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 24일 오후 2시22분쯤 제주시 내 특급호텔 객실에서 환전상 D 씨를 흉기로 12차례 찔러 살해하고 85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카지노칩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B 씨와 C 씨는 A 씨가 훔친 현금과 카지노칩을 환전해 범죄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당시 제주에서 카지노 도박을 하다 손해를 보고 가족들로부터 수 억원의 빚을 졌다. 특히 여권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출국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채무 변제를 위해 환전상인 피해자 D 씨를 유인해 살해하고 현금을 갈취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중국에 머물던 B 씨와 C 씨를 제주로 오게 했다.

A 씨는 2월24일 오전 9시38분쯤 D 씨에게 '100만 위안을 지금 환전할테니 급히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연락해 객실로 유인하고는 공범들에게 객실 밖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객실에서 대기하던 A 씨는 D 씨가 들어오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했다. 이에 현금과 카지노칩을 종이가방에 담아 문 앞에 뒀다.

B 씨와 C 씨는 A 씨의 연락을 받고 문 앞에 놓인 종이가방을 갖고 호텔 내 환전상을 통해 자신들의 중국 계좌로 현금 등을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범행 당일 서귀포시 소재 파출소를 찾아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B 씨와 C 씨는 환전 이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가려다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범행 당시 '환전을 하러 간 D 씨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는 D씨 지인의 신고도 접수됐다.

첫 공판에서 A 씨는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 강도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처음부터 강도살인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처음부터 강도살인을 계획하지는 않았다"며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피해자의 금품을 빼앗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도살인이 아닌 살인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A 씨 측은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다.

B씨와 C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A 씨가 강도살인을 저질러 취득한 범죄수익인지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인 D 씨의 모친 E씨는 피해자 진술권을 얻어 억울함과 엄벌 탄원 등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E 씨는 "중국에서는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도 죽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사람 죽이지 않는다"며 "27살 밖에 안 된 하나 뿐인 아들인데 흉기에 12번 찔려 죽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들은 눈도 감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며 "얼마나 아팠겠냐"고 했다.

또 "남편은 충격으로 뇌경색이 와서 병상에 누워있다"며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 재판장께서 부디 재판을 잘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E씨는 A씨를 보며 격하게 항의했다.

A 씨는 재판이 끝날 때에는 무릎을 꿇고 울면서 D씨에게 사죄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범인 B 씨와 C 씨의 강도살인 혐의 기소 여부를 고려해 오는 7월 14일 2차 공판을 진행한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