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손꼽은 의외의 롤모델' 현맹춘 할머니가 심은 제주 동백나무

'제주도 기념물'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 일군 현맹춘 '화제'
토종동백, 한강 조명한 '제주4·3' 상징…매해 방제작업 등 관리

제주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위미 동백나무 군락.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가 과거 꼽은 롤모델로 의외의 이름이 소개됐다.

바로 150년 전 제주의 강한 바람이 집어삼키던 황무지를 울창한 동백나무 숲으로 일군 '현맹춘'이다.

한강 작가는 2019년 9월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에 초청돼 39명의 페미니스트와 함께한 만찬장에서 세계에 알리고 싶은 여성이자 페미니스트 롤모델로 현 할머니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17살이던 1875년 위미리로 시집와 해초 캐기와 품팔이로 어렵게 모은 서른다섯 냥을 가지고 황무지를 사들였고,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 이곳을 울창한 동백숲으로 가꿨다. 제주의 모질디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군 숲은 이웃에게 방패막이가 돼줬다.

그리고 그가 심은 토종동백은 한강 작가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조명한 '제주4·3'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강이 현 할머니를 알게 된 계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7년에 걸쳐 완성한 소설 집필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다.

토종동백은 한겨울인 1월 중순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제주에 봄을 데려온다.

토종동백꽃은 여전히 붉은 꽃송이째로 툭 떨어지며 처연함을 자아내 국가폭력에 속절없이 쓰러진 4·3 희생자들의 영혼을 상징한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은 1982년 5월 제주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현 할머니가 남긴 보물 같은 동백나무, 어떻게 관리될까
위미 동백 나무 군락(비짓제주 갈무리)

인터넷상에서는 위미동백나무 군락지 범위에 대한 정보가 분분하고 잘못된 정보도 많지만, 기념물로 관리되는 동백나무는 명확히 정해져 있다.

현재 제주도가 보호하는 현 할머니의 동백나무는 폭 약 5m 정도의 돌담을 따라 심어진 420여 그루다. 도는 동백나무가 심긴 토지를 모두 매수했다. 100년 넘는 세월을 따라 가장 큰 나무 높이만 10m에 달한다.

1982년 첫 등재 당시 군락지에서 확인된 동백나무는 564그루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나무가 고사해 수가 줄었다.

현 할머니의 유산은 150년 전 그가 심었던 '원형'을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른바 '동백충'이라 불리는 차독나방 방제 작업이 1년에 3번에서 많게는 6번까지 이뤄진다.

차독나방은 5월과 8월, 1년에 두 번 동백나무에 발생하는 해충으로, 동백나무 잎을 갉아 먹는다. 특히 성충부터 알덩어리에까지 독침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나무가 시들어가면 사람처럼 영양제를 공급하기도 한다. 보행자 안전 등을 위협하지 않도록 가지치기에 나서고, 고사목을 수시로 확인해 제거하고 있다.

제주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군락지 돌담을 따라 폭 5m가량, 현 할머니가 방풍림으로 조성한 군락지를 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며 "방풍림으로 조성돼 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은 아닌 만큼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