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으세요" 조합장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알고보니 '불법'

지정된 장소에만 설치 가능…도"민원 들어오면 철거할수도"
선관위"선거 아닌 의례적 목적…선거운동기간엔 단속 대상"

3월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도내 거리 곳곳에 '설 인사'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출마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20일 제주시내에 걸린 조합장 후보군들의 현수막.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3월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으면서 후보군들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8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후보자 등록은 오는 2월21일과 22일 양일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할 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신청할 수 있다.

또 선거운동기간은 2월23일부터 3월7일까지다. 투표시간은 선거당일(3월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번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에서 제주지역에서는 21개 농협, 7개 수협, 2개 축협, 2개 산림조합, 1개 감협 등 32개 조합에서 수장을 선출한다.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은 어느 곳보다 조합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예상되는 후보군만 80여명으로, 모 지역농협은 현재 7명이 후보군으로 자천타천 거론되기도 한다.

유권자만 10만4000명에 달할 정도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대한민국 4대 선거'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조합장선거의 경우 공직선거와 중앙회장 선거 달리 예비후보 제도가 없다. 후보 등록 후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조합원들에게 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알릴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장선거에 출마하는 예비주자들은 설 인사를 빌려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간접적으로 출마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는 원칙적으로 모두 '불법현수막'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수막은 지정된 장소에만 게시할 수 있다.

다만 관혼상제, 학교행사 또는 종교의식, 시설물 보호 및 관리, 단체나 개인의 적법한 정치활동 또는 노동운동을 집회나 행사,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표시 등 비영리 목적으로 30일 이내로 설치하는 현수막 등 적용배제 대상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조합장 후보군들의 '설 인사' 현수막은 이들 '적용 배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불법현수막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모 읍사무소 직원은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고, 의례적인 인사 현수막에 대해서는 단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조합장 후보군들의 설 인사 현수막 등에 대해) 민원이 들어오면 강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장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에 한해 벽보와 어깨띠·위옷·소품, 전화, 명함,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로만 가능하다.

선거운동기간 현수막을 게시하면 불법선거운동이다. 다만 선거운동이 아닌 기간에 후보군들이 게시한 인사 현수막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목적이 아니라 '의례적인 목적'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현수막 내용에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과도하게 경력 등을 넣을 경우에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모 인사는 최근 '뉴스1제주'와의 통화에서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아 이름 석자 알리기도 쉽지 않다"며 "현직 조합장과 대결을 해야 하는데 설 인사 현수막이라도 걸어야 얼굴을 알릴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