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60년]⑦ 외화벌이 희생 감수?…최대 흑역사 '기생관광'
70~80년대 일본관광객 상대 기생파티 성행
당시 여성단체 보고서, 착취구조 등 적나라한 실태 고발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금은 중국관광객이 제주 외국인관광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 외국관광객의 대부분은 일본인이 차지했다.
12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일본관광객은 1960년대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973년에는 전체 외국인의 69.9%를 차지한다.
특히 정부가 1975년 제주를 무사증(무비자) 입국지역으로 공포한 이후인 1978년에는 외국관광객이 107만9396명을 기록해 관광사상 최초로 외국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외국관광시장의 양적성장 뒤에는 '기생관광'이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기생관광'은 제주관광 역사의 최대 흑역사라고 할 만하다.
1983년 한 여성단체가 제주를 포함한 전국 4개 지역을 대상으로 '기생관광'과 관련해 발간한 보고서는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발간한 '기생관광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 일본항공사는 해외여행자를 위해 발간한 책자에 "한국의 밤을 장식하고 즐겁게 하려면 먼저 기생파티를 필두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썼을 정도이니 당시 일본관광객들의 한국관광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 짐작케한다.
기생관광은 주로 고급 주점인 '요정'에서 이뤄졌는데 제주에 있는 모 요정은 서울 일류요정 못지 않았으며 70년대 5곳이던 업체를 2곳으로 줄여 운영 중이라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 보고서는 고객과 접대부가 어떻게 짝을 짓는지부터 시작해서 기생파티음식과 가격 등도 세세하게 소개했다.
한 일본 관광객은 "노예시장에서 노예를 고른 기분이었다"고 잡지에 기고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접대부들은 정기적으로 관광단체 등에서 "우리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얼마나 긴요하게 쓰이는지, 외화획득이란 성전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등 기생관광이 마치 애국이라는 취지의 교육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접대부 여성들이 겪었던 일화도 생생히 소개하고 있다.
변태성욕자를 만났다거나 구타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생지망생들이 제일 먼저 선배들에게 듣는 얘기가 "변태가 괴상하고 무서운 행동을 하면 반항하지 말고 당황하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다.
화대 250만원을 받으면 여행사 50만원, 요정 지배인 63만원 등이 가로채고 기생 손에 들어오는 돈은 1만5000원에서 2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단골 손님을 확보한 '현지처', '수출기생' 등 기생관광과 관련한 다양한 부작용을 보고서는 고발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환락관광이 아닌 문화관광으로 전환을 위한 과감한 정책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건의문을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건의문에는 "제주도 종합관광개발 계획이 새로운 매춘지역의 종합화가 되지 않도록 건전하고 신중하게 진행해달라"는 내용도 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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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관광산업은 관광진흥법에 근거해 제주관광협회가 설립된 1962년 2월22일 이후 올해로 60년째를 맞았다. 전쟁과 4·3을 딛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제주도가 어떻게 국제관광지로 떠올랐는지 살펴보고 제주관광 발전에 기여한 업계 사람들과 흥미로운 뒷얘기 등을 연중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