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법원 실수로 1심 재판만 두 번 받은 베트남인
선고기일 하루 전 단독→합의부 재배당…"단순 실수"
검찰,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피고에 징역 2년 구형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법원이 실수로 사건을 엉뚱한 재판부에 보내면서 선고기일을 앞두고 있던 한 외국인 피고인이 1심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25일 오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베트남 국적 A씨(26)에 대한 첫 공판 겸 결심 공판을 열었다.
당초 A씨 사건은 지난 3월2일 기소 후 제주지법 형사2단독에 배당돼 지난 4월1일부터 공판 절차가 진행돼 왔다. A씨는 다섯 차례의 공판 끝에 지난 17일 재판부로부터 판결을 선고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 사건은 갑자기 선고기일 하루 전인 지난 16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에 재배당됐다. 법원이 밝힌 재배당 사유는 '단순 실수'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죄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은 단독판사가 아닌 합의부에 배당돼야 한다.
결국 A씨는 이날 처음부터 다시 1심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사건 재배당으로 공판절차가 갱신돼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A씨가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과 동일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부터 다시 밟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8월18일자로 국내 체류기간이 만류됐음에도 출국하지 않고 제주에서 객실 청소원 등으로 일하며 지낸 불법체류자다.
이 상황에서 A씨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1년 간 여러 SNS 계정을 이용해 온라인에 베트남어로 된 성매매 알선 광고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알선책 행세를 하면서 자신에게 접근해 온 여성들과 성관계를 할 심산이었다.
실제 A씨는 성매매 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와 성행위를 하고 성매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해 왔다.
설상가상 A씨는 성매매 알선 행세 과정에서 받아둔 한 피해자의 나체 촬영물로 해당 피해자에게 겁을 주는 등 협박 행위까지 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은 성관계를 하려고 했을 뿐 성매매 알선 행위에 직업을 소개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광고글 자체를 보면 직업 소개의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매일매일 반성하고 있다"며 "빨리 처벌받고 베트남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보고 싶다.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고는 다음달 29일 오전 10시5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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