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 없다"…제주 장기미제사건 피고들 잇단 '무죄'
보육교사 살인사건 이어 변호사 살인사건도 1심 무죄
法 "범죄 증명 안 됐다"…檢 "항소심서 입증해 낼 것"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재수사를 통해 극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 장기미제사건 피고인들이 연이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건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피고인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무죄 판결의 이유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살인,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씨(56)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김씨가 본인의 자백 취지의 인터뷰를 방영한 한 방송사 PD를 두 차례 협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폭력범죄단체 '유탁파'의 행동대장급 인사였던 김씨는 23년 전인 1999년 8~9월 사이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이모씨(당시 44세·검사 출신 변호사)를 손 좀 봐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씨는 2~3개월 간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씨(2014년 사망)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고, 끝내 손씨는 그 해 11월5일 새벽 제주시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복부와 가슴을 세 차례 찔러 B씨를 살해했다.
검찰은 김씨의 역할과 재수사의 단초가 됐던 김씨의 자백 취지의 방송 인터뷰, 범행 현장과 흉기 모양 등에 대한 김씨의 구체적인 진술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이라며 "주범(손씨)의 범행 경위 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열린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 피고인인 박모씨(55)는 13년 전인 2009년 2월1일 새벽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C씨(당시 27세)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C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제주시 애월읍의 한 농업용 배수로에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범행 시간이 특정된 점, C씨가 사망할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의 섬유조각이 박씨의 옷과 박씨의 택시 안에서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박씨를 법정에 세웠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2019년 7월11일)와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2020년 7월8일), 대법원 제2부(2021년 10월28일) 모두 "피해자가 제3자의 차량이나 택시에 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동물 사체 실험의 경우 한 차례 뿐이어서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무죄 확정 판결을 선고받은 박씨는 현재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상태다.
반면 끈질긴 유전자(DNA) 수사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장기미제사건 피고인도 있다. 21년 전인 2001년 여러 피해자들을 강간했던 한모씨(57) 사례다.
이 사건은 201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장기미제사건 DNA를 전수조사하던 중 사건 당시 발견된 휴지 속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한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미 2009년 5월 강도강간죄 등으로 제주지법으로부터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던 한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4년(2021년 11월4일 확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현재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씨의 자백 취지의 방송 인터뷰와 여러 관련자들의 증언, 물증, 법리 등을 근거로 한씨 사례처럼 김씨의 혐의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것"이라며 "범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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