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는 그놈들뿐…이태원 살인사건 닮은꼴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폐쇄공간 용의자 2명이 서로 "네가 죽였다" 공방
이태원 사건은 18년만에 사실상 2명 공범 인정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아무 죄 없는 중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반성없는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피고인이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백광석(48)과 김시남(46)이다.
이 사건은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그 안에 있던 용의자 2명이고 서로가 상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점에서 18년만에 범인이 밝혀진 '이태원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용의자 2명 서로 "네가 죽였잖아"…이태원 살인사건과 유사
1997년 4월3일 밤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직후 현장에서 두 사람의 용의자가 목격됐다. 한 사람은 미국인 아더 패터슨이고 또 한 사람은 에드워드 리다. 둘 다 당시에 18세였다.
검찰은 에드워드 리에게 살인 혐의를, 패터슨에게는 리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만 적용해 기소했다.
리는 1·2심 재판부에서 유죄였지만 상고심 재판부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패터슨은 1998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이듬해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2011년 12월 패터슨을 기소했고 2015년 9월에는 한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웠다. 패터슨은 살인 혐의로 사건 18년만에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한때 친구였던 패터슨과 리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리는 18년만에 기소된 패터슨의 공판에서 "당시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는데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갑자기 피해자를 찌르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패터슨은 리가 진범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패터슨의 범행은 물론 리 역시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리의 경우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거짓말하고 있다"
중학생 살해사건 피고인 백광석과 김시남 역시 첫 공판부터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전부터 수차례 가정폭력을 저지르던 백광석은 돈으로 김시남을 포섭해 지난 7월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주택에 무단 침입, 옛 동거녀 아들을 함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백광석은 김시남이 살해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단독범행을 주장하다가 돌연 진술을 바꿔 피고인간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공판 과정에서 양쪽은 서로가 피해자를 죽인 범인이라며 몰아세웠다.
백광석 측은 "최초에 허리띠로 피해자의 목을 조른 것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목을 조른 것도 김시남"이라고 주장했다.
김시남 측은 "허리띠로 목을 조른 건 백광석"이라며 "백광석에게 피해자를 제압하는 일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과 이태원 살인사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검찰이 백씨나 김씨 한 명만이 아니라 둘 다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러 정황상 백씨와 김씨가 번갈아가며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누가 주도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정확한 물증이 없고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인은 피고인들이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은 누가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상반된 입장"이라며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고, 이 부분을 가려 내는 것이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오는 18일 이번 사건의 공판을 마무리하고 구형할 예정이어서 재판부는 올해안에 피고인들에게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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