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15세’…13세 조로증 소년들의 지구 반바퀴 우정
남들보다 8배 빨리 노화…강원도‧콜롬비아 소년 제주서 만나
- 안서연 기자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남들보다 8배 빠른 속도로 시간을 달리는 소년들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만났다.
국내 유일 소아조로증 환자 홍원기군(13·강원도)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콜롬비아 친구 미구엘살라스(13)과 함께 4일 제주를 방문했다.
2014년 미국 프로게리아(소아조로증) 재단에서 첫 인연은 맺은 두 아이가 제주를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비슷한 키에 외모도 닮은 이들은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서로를 그리워만하다 3년 만인 2017년 7월 드디어 만나게 됐고, 반년 만에 또 다시 만남이 성사됐다.
홍군의 아버지 홍성원 목사는 주변의 후원으로 미구엘 가족들의 여행경비를 마련했다.
미구엘은 콜롬비아의 시골마을에서부터 수도인 보고타, 로스앤젤레스, 인천까지 30여시간을 날아 제주에 도착했다.
한국의 많은 관광지 중에서도 굳이 제주를 택한 이유는 ‘장과 노쇠현상과의 관련성’을 연구하고 있는 김우진 박사가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학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아조로증은 전세계 300여명만이 보고됐을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어 노화에 따른 병을 완화시키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홍군의 아버지는 2014년 미국에서 연수를 받던 김 박사를 알게 됐고, 지난해 제주를 방문했을 때 김 박사로부터 미구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청천벽력같은 검사 결과를 전해듣게 됐다.
미구엘의 경우 재단의 임상실험에 참여해 6년째 신약을 복용하고 있어 홍군보다 건강이 더 좋을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어떻게 된 일이지 부작용 때문에 약을 먹지 않는 홍군보다 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김 박사는 “지난해 7월 원기와 미구엘의 제주 방문 당시 혈액검사를 했는데 미구엘에게 당뇨 소견이 있어서 이번에 심층 검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앞이 캄캄할텐데 그동안 축적된 노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관심을 갖고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미구엘의 어머니는 “도움을 주신 원기 아버님과 병원 측에 감사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원기와 미구엘이 서로 친구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료를 함께 한 위호성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노인들이 많이 걸리는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 관질환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아주 똑똑한 아이들이다. 상황도 잘 파악해 배려할 줄 알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돼 있는 것 같다”며 신체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제주와 두 아이의 만남은 앞으로 6개월마다 이뤄질 예정이다.
홍군의 아버지는 “미구엘이 콜롬비아에서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숨어 지냈는데 한국에는 원기도 있고 다들 환영해주는 분위기이다보니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면서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두 소년의 만남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랐다.
이를 위해 홍군의 아버지는 아시아 소아조로증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원기가 태어날 때부터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었지만 5살이 돼서야 병명을 알게 됐을 만큼 소아조로증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정보도 치료법도 없어 혼자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야 했다”며 “원기와 같은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제가 특별하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 친구의 아빠로서 이왕이면 부작용도 없고 도움이 되는 기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아시아에는 중국과 일본에만 각 1명씩 있는 걸로 아는데 계속 찾아내서 검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조로증 환자들의 최대수명은 20세로 평균 수명은 15~17세 정도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학설이 없어 평균 수명이 13세라는 설도 있다.
올해로 13살이 된 홍군과 미구엘의 꿈은 뭘까.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홍군은 “120㎝까지 커서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다”며 키 제한에 걸려 타지 못했던 기구를 실컷 타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재 홍군의 키는 109㎝, 몸무게는 14.8㎏다.
옆에 있던 미구엘은 “태어나서 눈을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한국에서 원기와 함께 눈싸움을 해보고 싶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전날 아쿠아플라넷을 구경했다는 이들은 테디베어박물관 등 제주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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