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119종합상황실 “도민 안전 우리가 책임집니다”
“응급처치 인식 미흡 아쉬워…도민·관광객 협조 속 더 안전한 제주로”
- 안서연 기자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네, 119종합상황실입니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4시9분쯤 제주시 삼양동 해수사우나에서 이모씨(88)가 의식이 없는 채로 냉탕에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함께 탕에 있던 손님이 다급하게 신고를 한 것이다.
이씨가 심정지 환자라는 사실을 금세 인지한 강선희 종합상황실 구급상황관리사(39·여)는 신고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지도하면서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도왔다.
제53주년을 맞은 11월 9일 소방의 날, 이처럼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직원들이다.
‘소방관(소방공무원)’이라고 하면 분주하게 현장에서 움직이는 대원들만 기억하기 쉽지만 이들 역시 촌각을 다투며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구조·구급활동을 벌이는 소방관들이다.
24시간 빈틈없는 119상황관제로 재난 초동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는 총 25명이 근무하고 있다.
강대유 상황실장을 중심으로 상황요원 15명(3교대), 구급요원 6명(3교대), 통신·서무 3명, 지도의사 1명이 배치됐다.
9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119상황실에 접수된 신고는 15만2811건으로, 1일 평균 500건에 이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중 실제 출동으로 이어진 경우는 약 1/4에 해당하는 3만9209건이다.
접수 건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내’가 5만143건(35.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구급 3만8342건(27.36%), 무응답 2만1425건(9.63%), 오접속 8913건(4.55%), 구조 4917건(4.4%), 화재 2734건(2.2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안내 요청 전화가 많은 이유는 과거에는 병·의원과 약국 등 정보 제공, 의료지도 상담 업무를 1339에서 제공했으나, 2012년 6월부터 119에서 통합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119상황실에서는 단순 의료정보 제공 이외에 전문적인 의료지도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이용객들은 여전히 실제 구급 상황 발생 시 응급처치 방법을 지도하면 낯설어한다는 것이 강선희 구급관리사의 설명이다.
강 구급관리사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구조대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시간 동안 신속하게 응급처리를 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며 “하지만 간혹 성격이 급한 분들은 ‘말만 시키지 말고 직접 와서 하라’며 욕을 하고 끊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강 구급관리사는 이어 “CPR(심폐소생술)은 1분1초가 아까운 상황”이라며 “가족이나 지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적절한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확한 증상을 말하고 응급처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9상황실에서 2년간 근무한 강진 상황관리사(48)는 그동안 겪었던 황당한 접수 사례를 털어놓으며 불필요한 전화를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강 요원은 “술에 취해 택시가 안 잡혀서 태우러 오라거나 휴대폰이 정지 됐으니 대신 배달음식을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추후 불만 민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적인 자원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 요원에 따르면 ‘집 열쇠가 없으니 와서 열어달라’, ‘바퀴벌레를 잡아달라’, ‘택시 분실물을 찾아달라’, ‘쌀 떨어졌으니 배달 좀 해달라’는 식의 황당한 요구 전화가 한 달 접수 건수의 10~20% 가량을 차지한다.
강 요원은 “터무니없는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진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확인 방문을 하러 가기도 한다”며 “119를 많이 활용하는 건 우리도 보람 있지만 진짜 긴급한 이들을 위해 불필요한 전화는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전철하 팀장은 제주지역 관광객들은 점점 늘어나면서 구조 요청도 많지만 적절한 신고가 이뤄지지 못하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전 팀장은 “관광객들은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고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더욱이 휴대폰으로 신고할 경우에는 사고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위급상황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 관광객들은 GPS를 켜고 관광을 즐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 팀장은 또 “사고를 목격하면 제대로 확인하고 신고를 해주길 바란다”며 “제대로 상황을 알지 못하면 불필요한 행정력을 투입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현장을 살핀 뒤 연락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 팀장은 “아무래도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소방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힘들 때도 많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한다”며 “물론 소방관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도민과 관광객들의 협조가 있다면 더욱 안전한 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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