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2명·프레스 29대로 만든 400억 매출…삼화이앤피의 '50년'

[로컬 히든챔피언] 남동산단 입주기업, 50년 프레스 외길
"원가 절감보다 기술 축적"…금형 자체 제작으로 경쟁력 확보

편집자주 ...지방에는 서울보다 덜 알려졌지만 묵묵히 기술을 키우고 시장을 넓히며 산업 현장을 지탱해온 기업이 많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일자리와 투자,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지역 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뉴스1은 [로컬 히든챔피언] 코너를 통해 각 지역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김무진 삼화이앤피 대표이사 / 뉴스1 ⓒ News1 유준상 기자

(인천=뉴스1) 유준상 이시명 기자

"제품은 바뀌지만 기술은 남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정확히 아는 것, 이게 다른 회사와 구별된 삼화이앤피의 경쟁력입니다."

휴대전화 힌지에서 자동차 시트 전장품, 전기차 배터리 부품까지. 삼화이앤피가 생산해 온 제품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금속판을 눌러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프레스 기술'만큼은 50년 가까이 놓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김무진 삼화이앤피 대표이사는 "제품은 바뀌지만 기술은 남는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삼화이앤피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제조업 집적지다. 그러나 산업구조 변화와 근로자 고령화, 생산성 둔화가 겹치면서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금과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젊은 인력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직원 72명으로 지난해 매출 400억 원을 올린 기업이 있다. 1977년 창업한 프레스 전문기업 삼화이앤피다.

삼화이앤피는 프레스 기술을 기반으로 휴대전화 힌지 부품을 생산한 데 이어 자동차 시트 전장품과 딥드로잉 제품, 전기차 배터리용 부스바·브래킷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김 대표는 "시장 환경에 따라 제품은 계속 달라졌지만 프레스 기술이라는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시간이 흐른다고 프레스 기술이 구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활용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화이앤피는 프레스기 29기를 가동하고 있다. 중소법인 기업신용평가등급 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창사 이후 직원 급여를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화이앤피 금형실 내부 젼경 / 뉴스1 ⓒ News1 유준상 기자
외주 대신 금형 내재화…"핵심 기술은 회사 안에 남겨야"

삼화이앤피가 변화가 빠른 제조업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로 꼽는 것은 금형 자체 제작이다.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금형 제작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프레스 기업이 많지만 삼화이앤피는 금형 설계부터 제작, 보수까지 회사 안에서 해결하는 길을 택했다.

김 대표는 "금형은 자동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정밀한 손기술과 오랜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며 "직접 제작하면 핵심 기술을 축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주 비용을 줄이고 품질과 납기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형 제작을 외부에 맡기지 않는 대신 관련 인력을 늘렸다. 일반적인 프레스 업체가 금형 엔지니어를 1~2명 두는 것과 달리 삼화이앤피는 전체 직원 72명 가운데 10여 명을 금형 엔지니어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부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금형을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회사가 특허를 보유한 딥드로잉 기술도 금형 경쟁력에서 나왔다. 딥드로잉은 평평한 금속판을 깊은 입체 형태로 성형하는 기술이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균열과 주름을 최소화해야 해 금형 설계와 성형 조건을 정밀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삼화이앤피는 이 기술을 활용해 가공 난도가 높은 부품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 부품 중심이던 사업을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부품으로 넓힐 수 있었던 배경이다.

품질 관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전체 직원의 약 15%가 품질 관련 업무를 맡는다.

김철기 삼화이앤피 팀장은 "고객사는 가격만큼이나 안정적인 품질을 중요하게 본다"며 "품질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기존 거래를 유지하고 새로운 수주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화이앤피 제작 설비 / 뉴스1 ⓒ News1 유준상 기자
기술자는 늙어가는데 후계자는 없다

삼화이앤피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다. 금형 엔지니어 대부분이 50~60대이고 최고령자는 70대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기술을 이어받을 젊은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조업 현장에서는 기술이 곧 경쟁력인데 그 기술을 물려받을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며 "숙련기술자가 회사를 떠나기 전에 젊은 직원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야 하지만 인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산업단지의 열악한 정주·교통 환경도 청년층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 대표는 "남동산단은 대중교통과 주차 등 출퇴근 여건이 충분하지 않고 문화·편의시설도 부족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가 되려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교통과 문화, 생활 기반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공회의소가 지원하는 문화생활비와 휴가비, 안전·보건 사업 등이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와 교통, 인력 양성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은 시장에 따라 바뀌고 설비는 새것으로 교체된다. 하지만 삼화이앤피가 50년 가까이 축적한 프레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을 지켜온 기업 앞에 이제 그 기술을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지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였다.

yoojoons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