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잿가루 피해 주민 안 보이나"…불길 잡혔지만 대피소 생활
완진에도 주민 200여 명 귀가 못해…"매캐한 냄새·잿가루 불안"
노인 비중↑, 호흡기 증상 입원 사례도…쿠팡 피해 보상에 촉각
- 유준상 기자
(인천=뉴스1) 유준상 기자 = 22일 오전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 체육관. 인천 쿠팡32물류센터 화재는 전날 완전히 진압됐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대한적십자사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쿠팡 화재 대피소로 지정된 신현초와 신현북초, 신현여중 등 3곳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에는 200여 명이 불편을 감수하고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불길은 잡혔지만 매캐한 냄새와 잿가루에 대한 불안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석남동 대명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 씨(63)는 대피소 입구에서 기자와 만나 "저(대피소) 안이 답답해 밖으로 나왔다"며 "화재 당시 검은 연기가 직선으로 밀려오는데 60평생 이런 재앙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보다 잿가루가 더 문제다. 집 문과 창문을 모두 닫아도 틈새로 냄새가 스며들고 아파트 외벽도 새카맣게 변했다"며 "불은 꺼졌지만 사후 정리 과정에서도 재가 날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먹고 씻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했다.
석남동 주택가에 사는 이모 씨(64)도 "아침에 씻으려고 잠시 집에 다녀왔는데 아직도 냄새가 심해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며 "애초에 주민들 바로 옆에 이런 대형 물류센터를 왜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원래 천식이 있는데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검진과 치료를 받고 왔다"며 "인근에 사는 노인 한 분도 호흡기 증상이 악화돼 국제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대피소 생활의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텐트에서 생활 중인 김 모 씨(58)는 "아침으로 인스턴트 비빔밥이 나왔는데 소스가 너무 매워 배탈이 났다"며 "대피소 이용자 대부분이 노인인데 맵거나 튀긴 음식이 자주 나온다. 연령대를 고려한 식사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도 22도로 맞춰져 밤새 추워 잠을 제대로 못 자 집에서 겨울옷 두 벌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서해구 관계자는 "화재가 진압됐지만 쿠팡의 피해 보상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귀가를 미루겠다는 주민들이 많다"며 "집 안에 연기와 냄새가 심해 생활하기 어렵다는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쿠팡이 화재 피해를 본 입점 판매자에 대한 보상안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대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쿠팡은 전날 화재로 피해를 본 로켓그로스 입점 판매자의 재고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화재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9일 주민 대피령을 내린 서해구는 현재 쿠팡과 주민 피해 배·보상 방안을 협의 중이다.
서해구 관계자는 "안전총괄과에서 쿠팡과 주민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보상 범위와 방식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2021년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사례를 참고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년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쿠팡은 주변 300여 가구에 진료비와 건강검진비를 지원했고, 잿가루 피해를 본 농작물을 전량 매수하는 한편 수질·토양 오염 피해도 보상했다.
이번 화재는 도심 한복판 대형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만큼 주민 피해 범위가 더 넓어 보상 규모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해구는 지난 19~20일 물류센터 반경 116m 이내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으며, 학교 1곳과 어린이집 12곳이 휴원했다.
yoojoons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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